레이언스는 지난해 11월 방사선 노출을 절반가량 줄인 디지털 엑스레이(X-ray) 감지 장치 ‘그린온(GreenON)’을 미국과 국내에서 출시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엑스레이 촬영에서 ‘선명한 영상’에만 집중할 때, 레이언스는 ‘저선량’을 더했다. 그린온을 통해 저선량 의료진단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김태우 레이언스 대표 / 사진=서범세 기자
김태우 레이언스 대표 / 사진=서범세 기자
레이언스는 디지털 엑스레이 영상장비의 핵심 부품인 디텍터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회사는 계열사 바텍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바텍 등에 공급하는 디텍터는 디지털 엑스레이의 영상 품질을 좌우한다.

김태우 레이언스 대표는 “제조 전 과정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드물다”며 “레이언스는 디텍터 ASIC 설계, 신틸레이터(방사선을 빛으로 바꾸는 형광물질),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 등의 총체적인 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텍터 산업에서 레이언스만의 차별점은 고도화된 기술력에 있다. 회사는 국내 디텍터 제조사 중 유일하게 패널 기반의 박막트랜지스터(TFT) 디텍터와 상보형 금속산화반도체(CMOS)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TFT와 CMOS 디텍터는 각각 대면적 영상 구현과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에 적합하다. 김 대표는 “CMOS 및 TFT 제품은 타 디텍터 기업들과 2~3년 이상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자부했다.

레이언스는 저선량 설계 기술로 ‘2020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수상은 물론 올해 ‘대한민국 임팩테크 대상’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엑스레이 디텍터 누적 설치량은 24만 대다. TFT 디텍터 3만 대, CMOS 동영상 디텍터 8만7000대, 치과용 구강센서 12만 대 등이다. 김 대표는 “수량으로는 세계 디텍터 1위 기업과 견줄 규모”라며 “국내에서는 기술력과 매출 규모 면에서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의 양산 규모와 경험을 축적해왔다”고 강조했다.

저선량으로 차별화한 디텍터 출시…美·유럽서 인기 예상
김 대표는 “디지털 엑스레이는 영상 검출에 필름 대신 디지털 엑스선 검출기를 쓰는데, 이때 사용되는 것이 디텍터”라며 “디텍터의 경쟁력은 저선량을 기반으로 선명한 영상을 얻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엑스레이 기업들은 선명한 영상에 집중하고 있다. 의사의 진단과 진료에 도움이 되려면 선명한 영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영상 품질이 높을수록 방사선 조사(照射)가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환자나 의료진은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레이언스는 세계 최초로 ‘저선량’을 강조한 디텍터를 선보였다. 회사는 작년 11월 저선량·고감도 디텍터 제품인 ‘그린온’을 미국과 국내에서 출시했다. 최근 유럽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일반 디텍터에 비해 선량을 40% 낮추면서도, 신틸레이터의 감도를 높여 해상도를 유지했다. 김 대표는 “추가적으로 저선량에서 디텍터의 노이즈를 줄이는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개발해 영상 품질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텍이 세계 치과용 컴퓨터단층촬영(CT) 시장을 장악한 원동력이 저선량이었다”며 “저선량이면서도 선명한 영상 획득이 가능한 CT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저선량 엑스레이 촬영을 대중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레이언스는 한국보다 국민의 연간 피폭 누적량을 관리하는 북미와 유럽 국가에서 그린온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는 몸무게가 100kg 이상인 환자가 많은데, 과체중일수록 방사선이 상대적으로 많이 조사된다”며 “환자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방사선 노출을 줄이면서 고화질 영상을 보장하는 그린온이 차별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늘고 있는 휴대용(포터블) 디지털 엑스레이와의 결합도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방문 의료서비스 증가에 따라 그린온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또 엑스레이실 조성이 어려운 소규모 병원에서도 저선량 엑스레이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의료용·산업용 등 성과 기대”
레이언스는 올 1분기에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5억 원과 60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5.5%와 44.2% 늘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치과용 및 의료영상 장비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디텍터 공급도 늘었다.

치과용 디텍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8% 증가했다. 구강용(IO) 센서 판매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 증가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작년 2·3분기 실적이 급격히 줄었지만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1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해 실적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이언스의 국내외 매출 비중은 각각 63.4%와 36.6%다. 레이언스의 디텍터를 사용한 완제품이 세계에서 판매 중이어서 수출이 대부분이다. 레이언스 국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텍은 제품의 8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치과산업이 개선되면서 의료용 디텍터 매출이 확대되고, 이차전지 등 산업용 디텍터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저선량 의료진단’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유망시장으로 꼽히는 산업용 검사장비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레이언스의 매출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2.7%씩 성장 중이다. 회사는 바텍을 통해 치과용 디텍터에서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의료용·산업용·동물용으로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산업용 엑스레이 시장에서도 성과를 도출 중이다. 이차전지, 파이프, 항공부품 등 산업용 검사장비 시장에서 국내외 유수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맞이한 것이다.

레이언스의 올 1분기 산업용 디텍터 매출 비중은 6.5%다. 산업용 검사장비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제품 내부의 결함을 검사한다. 정밀 검사가 필요해 장비의 속도와 화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레이언스는 차별화된 고속·고해상도의 CMOS 디텍터를 보유하고 있어 산업용 분야에서 응용과 대응이 가능하다”며 “기업들에 납품이 시작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매출 기여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망기업] 저선량 디텍터로 성장세 이어간다, 레이언스
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