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현장 찾아 머리 숙인 정몽규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 두 번째)이 11일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고 현장 찾아 머리 숙인 정몽규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 두 번째)이 11일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학동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광주경찰청 재개발 매몰사고 수사본부는 11일 “철거업체 관계자 1명에 이어 6명을 추가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철거업체와 감리업체는 물론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도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고현장을 방문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재하도급 정황 확인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입건된 7명 가운데 3명은 철거업체 두 곳의 관계자들이고, 1명은 감리회사 소속이다. 나머지 3명은 HDC현대산업개발 현장 관계자들이다. 경찰은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공사 계약을 직접 맺은 곳은 서울 소재 기업인 한솔이지만, 실제 무너진 건물의 철거는 광주 지역 업체인 백솔이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철거 공사에 참여한 근로자 4명 모두 백솔 소속으로 조사됐다.

이는 사고 다음날 현장을 찾은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철거공사업체는 재하도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하청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공사 단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에서는 재하도급 과정에서 중간 업체가 일정 금액을 떼어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 경우 실제 작업에 투입된 이들은 시간과 금전적 압박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서도 철거업체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와 달리 건물 상층이 아니라 하층부터 철거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재하도급을 한 한솔뿐만 아니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도 법적·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지역 기업이 아니라 서울의 철거업체와 계약한 이상, 지역 업체로의 재하도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광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대산업개발이 모든 공정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공사·조합·철거업체 등 삼자 간 계약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철거·감리업체 압수수색

경찰은 앞선 지난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함께 1차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철거업체인 한솔 본사, 감리 업체 등 다섯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입건된 감리업체 대표 A씨도 11일 소환조사했다. A씨는 사고 발생 다음날 새벽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로 의심되는 물품을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11일 오후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했다. 권 대표 등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3명이 동행했다. 전날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사고 피해자 지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오전에만 56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최한종/임동률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