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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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예고하고 나섰다. 당초 예측보다 30조원 안팎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추경에 담아 전국민 위로금 등을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초과 세수를 추경보다 나랏 빚 상환에 먼저 사용해야한다고 규정한 국가재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조 추가세수'? 정체는 일시적 세금

정부는 작년 말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약 283조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결산 세수 285조원보다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올들어 세금 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작년보다 세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세수입은 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법인세 수입이 9조8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늘었고, 소득세는 1조5000억원 더 걷혀 8조원으로 집계됐다. 부가세는 2조3000억원 더 걷혔고, 기타 세목의 세수가 3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한 1~4월 세수는 133조4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올해 예상 초과세수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2조원과 비슷한 수치다. 세수가 기대 이상으로 늘었으니 대규모 추경에 문제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문제는 증가한 세수 대부분이 일시적인 세금 확대라는 점이다. 경제 체질 개선의 결과로 나타나는 세수 증가가 아니라 작년 세수가 미뤄졌거나,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세금 수입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 기저효과와 코로나19로 인한 과세이연에 따른 올해 세금 증가폭은 4월까지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을 더하면 16조7000억원을 일시적 세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1~4월 세수 증가분(32조7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초과 세수로 나랏빚 상환해야 하는데…추경 추진하는 文정부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국가재정법상 '채무상환'이 추경보다 먼저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초과세수 추경' 추진이 국가재정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정부 결산 후 쓰고 남은 세금은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돼 당해년도에 발생한 국채를 우선 상환하는 데 쓸 수 있게 돼있다. 잉여금은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자치단체의 교부금 정산에 사용하도록 규정돼있으며 그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게 된다.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가채무 상환에 쓴 후에야 고려되는 순번이다.

세계잉여금으로 처리하지 않고 세입 예산을 바꾸는 방식으로 초과 세수를 사용할 경우에도 교부금 정산 등은 해야한다. 다만 채무 상환을 건너 뛸 수 있다. 곧바로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정부가 일종의 꼼수를 부려 채무 상환 의무를 저버리고 대규모 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잉여금 처리에 대한 규정이 의무 사항은 아니어서 법을 완전히 어긴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세수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무 상환 등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은 세수 추계가 실패한 결과일 뿐”이라며 “2차 추경은 선별 지원에 초점을 맞춰 일정 규모 이하로 추진하고 국채 발행액을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는 올 들어서도 계속 증가세다. 기재부에 따르면 4월 말 중앙정부 채무는 880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 819조2000억원에 비해 60조원 넘게 늘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