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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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플랫폼 빅테크 기업(대형 정보기술기업) 최초로 보험업에 진출한다. 처음으로 내건 사업 출사표는 DIY(Do It Yourself)형 미니보험이다. 증권사 출범 시 펀드부터 시작했듯이 초기 사업으로는 고객 접근이 쉬운 생활밀착형 보험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를 뒤흔들 메기로 꼽히는 카카오페이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수요가 높은 DIY형 미니보험에 방점을 찍으면서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움직임에도 꿈쩍 않던 기존 보험사들까지 미니보험 시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카카오 보험의 등장이 그간 지지부진했던 미니보험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올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빅테크 기업 첫 보험업 진출…어린이·택시 안심 보험 나온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11차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페이에 대한 손해보험사 예비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카카오페이는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한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됐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본허가를 목표로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가 본허가 신청 일정을 2~3개월 이내로 당길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본격적인 보험 영업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의 초기 주력 사업은 DIY형 미니보험이다. 미니보험 시장으로 업계 기반을 다진 뒤 자동차 보험, 장기보험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한다는 게 카카오페이의 구상이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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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 고객층은 MZ세대로 맞춰질 전망이다. DIY형 미니보험은 개성과 자아실현 욕구가 상대적으로 강한 젊은 층의 수요가 강한 보험 상품으로 꼽혀왔다. 원하는 보장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의 성향을 상세히 반영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서다. 보험료가 낮다는 점도 사회초년생이 대다수인 MZ세대를 끌어모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에 제시한 사업계획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동호회·휴대폰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를 연계한 택시 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의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신속히 본인가를 마무리하고, 연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테크인슈어런스 기반 보험의 새로운 트랜드와 혁신을 만들어 가는 데 특히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고객 빼앗긴다" 위기감에…미니보험 관심 'UP'

카카오페이의 출사표에 그간 지지부진했던 미니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보험업계 신(新)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봐서다. 더불어 다른 기업들은 그동안 미니보험 시장의 확장이 미미했던 만큼 카카오페이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미니보험 시장은 높은 소비자 관심에 비해 업계 진출이 미진한 영역이었다. 금융당국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미니보험사업자에 대한 자본규제를 크게 완화했음에도 보험업계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소액 단기 보험 특성상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펫 보험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니보험의 월 보험료는 1만원 미만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기존 보험사들이 내놓는 미니보험 대다수가 향후 장기상품 판매로 연결하기 위한 마케팅 성격이 강했다.

핀테크 입장에선 초기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소액 단기 보험사라도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를 비롯한 상품 심사 전문인력과 보험업 관련 영업·전산 시설은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여기에 지급여력(RBC)비율 100% 요건을 따라야 해 금전적인 부담이 적지 않은 편이다.

비용 대비 수익성이 좋지 않다 보니, 미니보험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가 없었던 셈인데 카카오페이의 등장으로 시장 상황이 180도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지닌 엄청난 파급력으로 MZ세대를 빠르게 흡수할 경우, 다른 보험사들은 시장 점유율은 물론 미래 주 고객층을 놓치는 엄청난 손해를 맞게 된다. 조만간 업계 전반에서 미니보험 시장에 앞다퉈 달려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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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진입을 기점으로 미니보험 상품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 본다"면서도 "카카오페이가 미니보험을 앞세우면서 미래 세대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파워가 워낙 강력하니 카카오페이는 미니보험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젊은 층의 미니보험 유입이 장기보험 가입으로까지 연결된다면, 점유율을 뒤흔드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존 보험사들이 미니상품을 출시해야겠다는 강박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업계 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미니보험 활성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익성 강화 측면도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비금융 부수 업무를 허용하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들까지 미니보험 시장에 보다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 준법감시인 등 전문인력 규모를 줄이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허용하기 힘들지만, 핀테크 업체들이 건의한 부수 업무를 비롯한 수익성 강화 측면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의 진입을 통한 미니보험 시장 활성화로 기존 보험사들이 고수하는 어렵고 보수적인 시장 체제에 변화가 일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