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진의 바이오 뷰] 효능(效能)과 독성(毒性)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김선진 플랫바이오 대표
세상의 이치를 흑백 논리로만 판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인체 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생물학적인 현상도 음(陰)과 양(陽), 부정적 현상과 긍정적 현상, 과함과 부족함 사이의 균형으로 설명된다. 균형이 맞으면 정상적인 생리 학적 기전을 통해 건강이 유지된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균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비생리적 반응에 의해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환경이 형성된다.
약의 ‘효능’은 균형을 회복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인체의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돕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과도한 것은 감소시켜 불균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항상성 유지하는 체내 시스템, 효능 보이는 약 개발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론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생물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은 정교하고 예민한 체계다. 생화학적 물질지표나 기능적 생리지표는 한 개의 수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최소치와 최대치로 표시되는 정상범위로 규정된다.
여기에 생물학적인 이질성까지 더해지면 더욱 복잡해진다. 검사 결과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역 수치를 보이는 사람들 중 일부는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으나 일부는 증상과 장기 손상이 진행돼 치료 대상이 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수치들이 정상범위에서 상당이 벗어나 있음에도 어떤 병적인 증상이나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는 인체의 생물학적 항상성과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질의 양이 고정돼 있지 않고 정상범위 내에서, 심지어는 비정상범위를 넘나드는 숫자상 불안정한 농도로 유지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정상적 기전이며, 오랜 기간 물질에 대한 내성없는 생물학적 환경이 유지되는 비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제는 염증이나 암 같은 원인균이나 세포를 제거하는 것과 혈압이나 혈당, 고지혈증 등 같은 문제를 조절하는 것, 정신·신경계 질환의 경우 기능을 개선시키는 것, 진통제 같이 증상을 완화하는 것 등이 있다. 치료제 덕분에 환자들은 완치되거나 생존 수명을 연장하고, 합병증을 예방해 양질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효능’과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독성’
이렇듯 ‘효능’을 가진 치료약은 어둠을 밝히는 문제 해결사다. 하지만 치료약에도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성’이다.
항생제가 유발하는 소화기 장애처럼 약의 흡수 과정에 연관된 것, 치료약의 간·신장 독성처럼 대사와 배설 과정에 발생하는 것, 탈모·면역력 저하·피부와 신경계 부작용 등과 같은 항암제의 정상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에 의한 것, 혹은 콜레스테롤 강하제에 의해 발생하는 당뇨나 근막염 같은 2차적인 대사 과정과 관련된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오랜 투여 중에 발생하는 치료제에 대한 내성도 인체의 항상성 기전이나 세균이나 악성 세포의 변이 등에 의한 넓은 의미의 독성으로 볼 수 있다.
독성을 방지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제에 의한 증상을 다스리고, 다른 약의 독성을 증가하는 약을 동시 투여하지 않고 약제에 의해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지 않도록 투여량이나 투여 횟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독성을 무릅쓰고 투약을 감행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 있는 신약의 경우 규제기관이 신약 임상시험승인 시 효능이 아닌 독성에 대한, 즉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에도 ‘효능’과 ‘독성’ 있어
바이오 분야에도 연구개발을 위해 산적해 있는 많은 미충족 수요와 문제가 있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가와 민간, 학계와 산업계 간에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는 새로운 정책과 과제, 규제책을 내놓는데 이것을 질병을 치료하는 약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원하는 효능은 바이오 분야의 통제되지 않는 무질서한 개발이나 임상시험 남발, 규격과 기준에 미달한 물질의 임상 진입 제한, 왜곡된 투자 환경의 유도로 생길 수 있는 투자자들의 부당한 이익 창출과 소액주주들의 손실 등 자본시장의 혼돈과 불안정의 방지 등이다.
반대로 바이오 분야에서 기대하는 효능은 초기 연구개발을 위한 부족한 인프라와 개발비의 지원, 우수 연구인력의 양성, 신약의 임상 시험과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이다. 초기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연구시설과 개발비,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제를 개발하고 바이오 분야의 특성에 맞는 상장제도 등을 통한 국가의 도움은 신약 개발의 역량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독성, 즉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국가과제를 만들어 심사·선정하는 과정에 전문가들을 참여시키지 않거나 국가와 산학계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편향적이고 위화감이 조성되는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과제 평가가 정당하고 발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과를 나타내는 생산성과 지속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과 규제는 특정 집단이 아닌 전체 바이오 분야를 어우르는 포용성 있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논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
또 정당하게 합의된 정책과 규제라면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독성, 즉 마찰과 갈등, 반목과 질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 실패의 원인을 찾아 수정하고 개선하여 새로운 정책과 규제에 반영하는 것은 독성을 회피하는 최선의 전술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전임상 연구 결과에 근거한 임상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예측을 못했거나 불가피한 독성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중단 결정 전에 다양한 분석과 회피 전략을 시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충분한 토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과 규제에 맞춰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라는 것에 동의가 되면 바이오 분야는 이해와 기다림으로 화답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독성이 없이 효능만 있는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하다. 최대한의 효능을 확보하면서 최대한으로 독성을 회피하는 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신약 개발 성공의 열쇠이다. 이러한 법칙은 우리 사회 전반에 해당되는 진리이다.
<저자 소개>
김선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비뇨기과 전문의다. 일본국립암연구소의 초빙연구원을 거쳐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근무했다. 한미약품 부사장을 역임하고 플랫바이오를 설립했다. 중개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미국암학회(AACR)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약의 ‘효능’은 균형을 회복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인체의 생물학적인 시스템을 돕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과도한 것은 감소시켜 불균형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항상성 유지하는 체내 시스템, 효능 보이는 약 개발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론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생물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은 정교하고 예민한 체계다. 생화학적 물질지표나 기능적 생리지표는 한 개의 수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최소치와 최대치로 표시되는 정상범위로 규정된다.
여기에 생물학적인 이질성까지 더해지면 더욱 복잡해진다. 검사 결과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역 수치를 보이는 사람들 중 일부는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으나 일부는 증상과 장기 손상이 진행돼 치료 대상이 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수치들이 정상범위에서 상당이 벗어나 있음에도 어떤 병적인 증상이나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는 인체의 생물학적 항상성과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질의 양이 고정돼 있지 않고 정상범위 내에서, 심지어는 비정상범위를 넘나드는 숫자상 불안정한 농도로 유지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정상적 기전이며, 오랜 기간 물질에 대한 내성없는 생물학적 환경이 유지되는 비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제는 염증이나 암 같은 원인균이나 세포를 제거하는 것과 혈압이나 혈당, 고지혈증 등 같은 문제를 조절하는 것, 정신·신경계 질환의 경우 기능을 개선시키는 것, 진통제 같이 증상을 완화하는 것 등이 있다. 치료제 덕분에 환자들은 완치되거나 생존 수명을 연장하고, 합병증을 예방해 양질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효능’과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독성’
이렇듯 ‘효능’을 가진 치료약은 어둠을 밝히는 문제 해결사다. 하지만 치료약에도 어두운 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성’이다.
항생제가 유발하는 소화기 장애처럼 약의 흡수 과정에 연관된 것, 치료약의 간·신장 독성처럼 대사와 배설 과정에 발생하는 것, 탈모·면역력 저하·피부와 신경계 부작용 등과 같은 항암제의 정상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에 의한 것, 혹은 콜레스테롤 강하제에 의해 발생하는 당뇨나 근막염 같은 2차적인 대사 과정과 관련된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오랜 투여 중에 발생하는 치료제에 대한 내성도 인체의 항상성 기전이나 세균이나 악성 세포의 변이 등에 의한 넓은 의미의 독성으로 볼 수 있다.
독성을 방지하거나 회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제에 의한 증상을 다스리고, 다른 약의 독성을 증가하는 약을 동시 투여하지 않고 약제에 의해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지 않도록 투여량이나 투여 횟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환자의 생명을 구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독성을 무릅쓰고 투약을 감행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 있는 신약의 경우 규제기관이 신약 임상시험승인 시 효능이 아닌 독성에 대한, 즉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에도 ‘효능’과 ‘독성’ 있어
바이오 분야에도 연구개발을 위해 산적해 있는 많은 미충족 수요와 문제가 있고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가와 민간, 학계와 산업계 간에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는 새로운 정책과 과제, 규제책을 내놓는데 이것을 질병을 치료하는 약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원하는 효능은 바이오 분야의 통제되지 않는 무질서한 개발이나 임상시험 남발, 규격과 기준에 미달한 물질의 임상 진입 제한, 왜곡된 투자 환경의 유도로 생길 수 있는 투자자들의 부당한 이익 창출과 소액주주들의 손실 등 자본시장의 혼돈과 불안정의 방지 등이다.
반대로 바이오 분야에서 기대하는 효능은 초기 연구개발을 위한 부족한 인프라와 개발비의 지원, 우수 연구인력의 양성, 신약의 임상 시험과 상용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이다. 초기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연구시설과 개발비,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제를 개발하고 바이오 분야의 특성에 맞는 상장제도 등을 통한 국가의 도움은 신약 개발의 역량과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독성, 즉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국가과제를 만들어 심사·선정하는 과정에 전문가들을 참여시키지 않거나 국가와 산학계의 심도 있는 논의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편향적이고 위화감이 조성되는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과제 평가가 정당하고 발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과를 나타내는 생산성과 지속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과 규제는 특정 집단이 아닌 전체 바이오 분야를 어우르는 포용성 있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논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
또 정당하게 합의된 정책과 규제라면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독성, 즉 마찰과 갈등, 반목과 질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 실패의 원인을 찾아 수정하고 개선하여 새로운 정책과 규제에 반영하는 것은 독성을 회피하는 최선의 전술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전임상 연구 결과에 근거한 임상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예측을 못했거나 불가피한 독성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중단 결정 전에 다양한 분석과 회피 전략을 시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충분한 토의와 합의를 거쳐 결정된 정책과 규제에 맞춰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라는 것에 동의가 되면 바이오 분야는 이해와 기다림으로 화답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독성이 없이 효능만 있는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하다. 최대한의 효능을 확보하면서 최대한으로 독성을 회피하는 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신약 개발 성공의 열쇠이다. 이러한 법칙은 우리 사회 전반에 해당되는 진리이다.
<저자 소개>
김선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비뇨기과 전문의다. 일본국립암연구소의 초빙연구원을 거쳐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로 근무했다. 한미약품 부사장을 역임하고 플랫바이오를 설립했다. 중개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미국암학회(AACR)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