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나스는 프로탁(PROTAC)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으로 나스닥에 상장한 최초의 기업이다. 프로탁은 저분자 약물의 일종으로 질병 관련 표적단백질에 단백질 분해 유도효소를 가까이 붙이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특정 질병 단백질을 ‘분해’하는 데 주안점을 둔 새로운 약물 작용 원리다.

프로탁 개념 알린 크루즈 교수가 창업
프로탁(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에 대한 개념은 크레이그 크루즈 미국 예일대 교수팀이 200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제안하면서 알려졌다. 아비나스는 바로 크루즈 교수가 만든 회사다.

초기 프로탁은 저분자 화합물이 아닌 펩타이드 구조를 갖고 있어 세포 내부에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크루즈 교수는 2012년 VHL이라는 E3 유비퀴틴 리가아제에 결합하는 신규 저분자 화합물(VHL 바인더) 합성에 성공해 이를 특허출원했다.

아비나스는 그 직후인 2013년 설립됐다. 2018년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크루즈 교수팀은 전이성 전립선암(ARV-110) 및 유방암(ARV-471)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을 2019년 시작했다. 이 회사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작년 두 물질에 대해 긍정적인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해외 바이오 기업] 프로탁 분야 선두주자 아비나스
프로탁 의약품은 여러 장점이 있다. 단백질의 활성부위에 결합하는 기존 저분자 의약품과는 다르게 프로탁은 단백질 자체를 분해한다. 이로 인해 표적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단백질을 공격할 수 있다. 표적이 아닌 단백질과의 결합만으로 분해가 가능한 것이다.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은 3000여 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약의 표적단백질은 400여 종에 불과하다.

또 저분자 의약품의 한계인 내성과 돌연변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복약도 편리하다. 프로탁은 저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에 입으로 먹을 수 있다. 타깃 단백질을 유비퀴틴화 효소와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분해되지 않고 재사용된다. 적은 양으로도 높은 효능을 나타낼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로탁 성공의 열쇠를 쥔 기업
프로탁 개발업체 중엔 아비나스의 임상 속도가 가장 빠르다. 다시 말해 프로탁 성공의 열쇠를 이 회사가 쥐고 있다. 우선 시장의 관심은 안드로겐 수용체 분해제로 전립선암 치료 후보물질인 ARV-110에 쏠려 있다. 기존에 다수의 다른 치료를 받았으나 반응이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1·2상을 진행했다.

이번에 발표된 중간 결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2세대 호르몬 치료제의 후기 전립선암 대상 PSA 수준이 5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8~15%다. ARV-110은 AR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 15명 중 2명(13%)에서 PSA 수준이 50% 이상 감소했다. 또한 특정 돌연변이를 나타낸 환자에게도 큰 효능을 나타냈다.

ARV-110은 특정 AR T878/H875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5명 중 2명(40%)에서 PSA(전립선암 바이오마커) 수준이 50% 이상 감소했다. 700mg 이상 용량에서도 2등급 이상의 치료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내약성 면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임상 2상에서 해당 바이오마커 환자군에 대해 탁월한 결과를 얻어낸다면 2,3차 치료제로서 조건부 허가를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용량 확장 2상을 2020년 10월에 개시했다. AR T878 또는 H875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 100명이 대상인데, 중간 결과는 올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기존 표준 치료와의 병용 1b상도 진행 중이다.


유방암 치료제도 임상 진행 중
ARV-471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방식의 유방암 치료제다. 이전에 다수의 다른 치료를 받고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ER 양성·HER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12명 중 5명에게 암 억제 효과(임상효용율 42%)가 있었다. 그중 1명은 암이 충분히 줄어든 반응자(responder)로 확인됐고, 2명은 확인 중이다. 특히 대상자의 암 조직 검사 결과, ARV-471 투여 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분해된 것을 확인했다.

1차 치료제인 화이자의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병용임상 1b상은 올해 말에, 용량확장 2상은 내년 1분기에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이 후보물질이 성공하기 위해선 SERD의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와 비교하여 장점을 나타내야 한다.

하반기 주요 데이터 발표 예정
하반기에 이 회사의 주요 데이터 공개가 예정돼 있다. 아비나스의 가치를 나타내는 ARV-471과 ARV-110의 최근 임상 전체 결과가 나온다. ARV-471의 경우 입랜스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1b의 중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ARV-110은 임상 2상(ARDENT)의 중간 결과가 발표된다. 올해 하반기의 이벤트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하게 되면 아비나스의 가치는 또 한 번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학술적으로 발견한 기술을 실제 인체 내에 작용하는 약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RNA 간섭(RNAi) 치료제나 mRNA 백신과 같이 하나가 성공하게 된다면 기술이 혁신적인 만큼 더욱 큰 시장이 개화될 것은 분명하다. 몇몇 사람들은 아비나스가 아직까지 타깃하는 적응증이나 단백질이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프로탁은 기술을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 평가받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비나스가 전략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ARV-110의 안드로겐 수용체는 크루즈 교수가 이전부터 연구해왔던 분야이고, ARV-471은 이미 비슷한 기전의 약이 있어 비교적 성공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접근할 수 있다. 하나가 성공한다면 프로탁의 가치는 재평가받고 우리는 새로운 분야의 시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