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 이어붙인 영상 공개…"10~20년 내 사라질 수도"
남극 빙하의 가장자리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빙붕(氷棚)은 대륙 위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따뜻한 해류가 유입되면서 빙붕의 두께가 얇아져 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대형 빙산으로 아예 잘려 나가면서 빙하 유실을 가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남극대륙에서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곳으로 꼽히는 서남극의 파인섬에서는 빙붕 붕괴로 빙하 유실이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워싱턴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응용물리실험실(APL)의 저명 빙하학자 이안 조그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위성사진을 분석해 밝혀낸 이런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2017년부터 파인섬 빙붕이 세 차례의 대형 붕괴 등으로 5분의 1이 떨어져 나간 것이 이전과 달리 따뜻한 해류 유입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다.

조그힌 박사는 "지난 10~20년간 빙하의 가속으로 빙붕이 잘려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인섬 빙하는 지난 1990~2009년 따뜻한 해류 유입으로 빙붕의 밑부분이 녹아 두께가 얇아지면서 바다로 유입되는 속도가 연간 2.5㎞에서 4㎞로 빨라졌다.

하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안정세를 되찾았다가 다시 빨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0년에 빙하의 속도가 12%가량 빨라진 것을 확인했으며 워싱턴대학에서 개발한 빙하 모델을 통해 빙붕 붕괴가 빙하 유실을 가속한 것으로 확인했다.

조그힌 박사는 "최근의 빙하 유실 속도 변화는 빙붕의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빙붕 외곽의 붕괴에 따른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빙하 유실 속도가 빨라진 것이 재앙적 수준이 아니지만, 나머지 빙붕마저 떨어져 나가면 빙하 유실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인섬의 느린 변화를 기다리는 호사를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지금까지는) 되돌릴 수 없는 붕괴로 이어지기는 했어도 상당히 신중한 속도였지만, 남은 빙붕마저 잃는다면 상황은 훨씬 더 급격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파인섬의 빙붕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서남극 빙하의 유실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빙붕이 사라지면 서남극 빙하가 바다로 더 빨리 흘러들어 해수면 상승 속도를 끌어올리게 된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BAS)의 해양물리학자 피에르 뒤트리외는 "파인섬 빙붕은 (따뜻한 해류로) 밑의 얼음이 녹아 사라지는데 100년 이상이 걸리지만, 지금으로선 10년이나 20년 이내에 사라지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면서 "훨씬 더 빠르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파인섬 빙붕 앞과 아래의 퇴적물이 수천 년간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여왔다"면서 "2017년까지는 정기적인 (빙붕의) 전진과 붕괴가 대략 같은 곳에서 이뤄져 왔지만 이후 2000년까지 연속적으로 악화만 돼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