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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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법조계·금융계 유력 인사의 딸로 사칭하며 결혼을 빌미로 남성에게서 수억원의 돈을 뜯어낸 여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1-1부(이현우·황의동·황승태 부장판사)는 13일 무고·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30대 중반이던 2011년 뉴질랜드에서 B씨를 만났다. A씨는 당시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나이·이름·집안 배경을 모두 속여 B씨를 유혹했다.

나이는 8살을 낮췄고 가족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정계·법조계·금융계 유력인사로 꾸몄다. 그는 자신보다 겨우 6살 많은 사람을 B씨에게 어머니라고 소개하고 약혼식을 열었고, 실제 거주하지도 않는 집에 호화로운 B씨를 초대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약 3년의 교제 동안 A씨는 B씨로부터 투자금·주식투자금 등 명목으로 9억여원을 뜯어냈다. 결혼 후에 자신의 부모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처럼 속여 예단비로 5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사기극이 발각되고 B씨가 자신을 고소하자 A씨는 오히려 그를 사기 혐의로 맞고소했다.

A씨는 1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3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신의를 저버린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동종 전력도 5차례 있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등 수사기관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적극적으로 교란하려 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형량에는 A씨가 일부 피해액을 변제한 점이 고려됐다.

항소심에서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반성했고, 재판부는 A씨가 약 5억원을 변제한 점,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로 형을 낮췄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