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상무 탈락 후 현역 GOP 근무…발목 인대 다쳐 의병제대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연일 연장전 3루타, 쐐기 3점 홈런
'GOP 의병제대' kt 김태훈, 군 유니폼 입고 맹타 "평생 기억"
프로야구 kt wiz의 외야수 김태훈(25)에게 군대는 애증의 대상이다.

그는 두 차례나 체육특기병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최전선에서 현역 생활을 했다.

2017시즌이 끝난 뒤 경찰야구단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2018시즌 후엔 상무에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두 번째 낙마 후 김태훈은 경력 단절을 감내하며 현역으로 입대했다.

김태훈은 시쳇말로 '꼬인 군대 생활'을 했다.

그는 비무장지대 일반전초(GOP·General OutPost) 철책을 지키는 강원도 고성 율곡 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의 생활도 평탄치 않았다.

최전방 부대에서 혹독한 근무 환경을 이겨내며 나라를 지키던 중 크게 다쳤다.

2019년 6월 체력 훈련을 하다가 웅덩이에 발을 헛디뎠는데, 발목 인대가 크게 손상됐다.

김태훈은 즉각적인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는 "당시 근무하던 곳이 최전방이라 (진단을 내려줄) 군의관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후 두 달 만인 8월에 수술대에 올랐고,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10월에 의병 제대했다.

김태훈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며 "(수술을 기다리는 두 달 동안)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회복 속도도 빨랐다.

김태훈은 2020시즌 복귀해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다.

김태훈은 "군 생활을 하면서 마인드가 많이 변했다"며 "하루하루 간절하게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군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이던 김태훈은 지난달 27일 SSG 랜더스전을 통해 올 시즌 첫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6월, 김태훈은 다시 한번 '애증의' 군복을 입고 무섭게 배트를 휘둘렀다.

kt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월 한 달간 군복 스타일의 '밀리터리 유니폼'을 착용하는데, 김태훈은 군대와 인연(?) 때문인지 이 유니폼을 입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연이틀 만들었다.

그는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 5-5로 맞선 연장 11회말 대타로 나서 상대 투수 주현상을 상대로 우중간 3루타를 터뜨렸다.

kt는 후속 타자 장성우의 결승 끝내기 적시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김태훈은 팀 승리의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김태훈은 이튿날인 12일 한화전에서 또 한 번 일을 냈다.

2-1로 앞선 7회말 2사 1, 2루 기회에서 박경수의 대타로 나와 상대 투수 신정락을 상대로 우중월 쐐기 3점 홈런을 날렸다.

김태훈이 홈런을 때린 건 2015년 8월 프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이후 약 6년 만이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가장 짜릿한 이틀을 보냈다.

군복은 이제, 김태훈에게 행운의 상징이 됐다.

그는 경기 후 "예전엔 군복을 입고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 최근엔 군복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나날을 경험하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며 "복무할 땐 힘들었지만, 인생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꼬인 인생'을 하나둘씩 풀어나가고 있는 김태훈은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수줍게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 경산에 계신 할머니는 장남인 나를 가장 예뻐해 주신다"며 "매일 kt 경기를 보시며 손주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시는데, 많은 경기에 출전해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주변의 권유에도 개명하지 않는 건 내 이름을 할머니께서 지어주셨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KBO리그엔 kt 김태훈 외에도 두 명의 김태훈이 더 있다.

SSG 랜더스 좌완 불펜 김태훈(31), 키움 히어로즈 우완 불펜 김태훈(29)과 동명이인이다.

kt 김태훈은 두 명의 다른 김태훈에게 가려서 개명 권유를 많이 받는다.

김태훈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많은 분이 kt 김태훈을 많이 기억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