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전 시 고용승계 의무화" 한국노총 '6월 임시국회' 정조준
6월 임시국회를 겨냥한 노동계의 '총구'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에 대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의 사용자라는 판정을 내놓은 데 이어 기존의 원하청 질서를 뒤흔들 또 하나의 입법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으로 가뜩이나 노사관계가 노동계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원청 대기업들의 노무관리는 점점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9일 '6월 임시국회 반드시 통과돼야 할 핵심입법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핵심 입법 요구는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을 위한 근로자대표제 및 노동자경영참가법률안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모든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 확대 및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일원화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모두 11개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노총도 첫 번째 요구로 배치한 '사업이전 시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한국노총이 해당 법안을 요구한 배경은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어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그러면서 지난 달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법안대로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양수 등 사업 이전 과정에 근로자의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송 의원 발의안을 보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도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송 의원이 지난달 17일 제안한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사업이전 및 관련 용어를 정의하고 그에 따라 근로계약 등에 따른 권리의무가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규정. 사업주 간의 의사가 아닌 사업이전이라는 사실의 발생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승계라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도록 규정.
▷사업이전을 하기 전에 미리 사업주가 근로자대표 협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진행 과정에서 승계대상인 근로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며 이에 대한 근로자의 승계거부권·이의신청권 등을 규정.
▷사업이전이 있는 경우 기존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상의 근로조건이 근로자 개별 동의로 불리하게 변경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업이전을 이유로 한 해고를 제한.
▷사업이전이 있는 경우 기존 회사와 노동조합 간에 체결된 단체협약이 승계되도록 규정.

요약하면 사업주는 사업이전 전에 근로자대표와 협의해야 하고, 사업 주체가 바뀌더라도 원칙적으로 근로관계는 승계되며 기존의 단체협약도 그대로 승계된다는 것이다. 사업을 새로 인수한 사업주 입장에서는 기존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고용 조정과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제한되는 셈이다.

이번 한국노총의 요구안은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공조해 입법을 추진키로 한 사안이다. 양 측은 지난해 11월30일 "사업 이전(변경) 시 고용·근로조건을 포함한 노동관계 승계를 위한 법률의 제정안 마련을 위해 연구 및 실태 파악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입법 가능성은 높다. 해당 발의안에는 송 의원 외 56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고 정부도 이미 지난해 11월 이와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개정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에서 '도급사업주는 사내하도급계약이 종료하거나 중도에 해지되어 수급사업주가 변경되는 경우에 고용승계 등의 방법으로 직전 수급사업주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수급사업주는 사내하도급계약이 종료하거나 중도에 해지될 경우, 해당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자신이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것으로 예정한 다른 사업장이 있다면 그 사업장으로 배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사업을 이전 받은 사업주에게 고용안정을 넘어 이전의 근속연수까지 모두 인정하는 '고용승계'를 주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하청업체 변경 등 사업 이전 또는 변경 과정에서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계약 자유의 원칙을 무시하고 고용승계만을 의무화하는 입법이 강행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제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