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몰수제 도입을 둘러싼 판사들의 생각은 검찰과 다르다. 몰수 자체가 형벌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소나 재판 없이 단독으로 실행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독립몰수제 입법 시 어떤 방식으로 형사재판을 구성할 것인지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법원 내부의 기류다.

국회에는 독립몰수제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에는 ‘몰수특례’를 통해 유죄판결이 나지 않았거나, 기소되지 않았어도 별도로 몰수 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공직자·공공기관 종사자 등이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득했을 때 범죄 시점과 관계없이 수익을 소급해 몰수·추징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상당수 판사는 “기소와 재판 없이 유무죄를 따질 정도의 심리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특히 최근 투기 의혹을 받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부가 사망하면서 부각된 ‘사망자에 대한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에 관해서는 더욱 회의적이다. “사망한 피고인에 대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어려울뿐더러 피고인으로 세울 사람도 마땅치 않다”는 게 이유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죄 없는 상속인을 피고인석에 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상속인이 공범이 아닌 이상 구체적 범죄 사실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망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가 죽은 사람의 재산을 몰수하는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있는 사기 사건은 피고가 사망하더라도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환부)이 있다. 하지만 몰수는 배상이나 보상이 아니라 국고 환수를 의미한다. 이렇게 환수된 돈이 직접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쓰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을 동원하기엔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판사 중에서도 “독립몰수제를 시행할 근거가 관련 법에 있다”는 의견이 일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의 한 판사는 “형법 49조에 따르면 유죄의 재판 없이도 요건이 충족되면 단독으로 몰수를 선고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이를 행동으로 옮길 절차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기소 없는 몰수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 구체적인 입법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