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무릎 - 유안진(1941~)
생나무들 선채로 불붙는 폭염에도
귀뚜라미 떼로 난리법석 지네들 공화국 세우는
내 무르팍을
왜 둘씩이나 주셨나요?

-절대絶對 앞에 꿇어 엎드리라고
그리고 하나 더
넘어졌을 때마다 일어서라고-.

시집 《터무니》 (서정시학) 中

절대(絶對) 앞에서는 아무리 많은 것들을 소유했다 할지라도,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요. 그런 것들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 보잘것없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꿇어 엎드리라고, 넘어지면 또 한 번 일어서라고 사람은 무르팍을 둘씩이나 얻었겠지요. 무릎이 있어 겸손한 삶의 자세를 깨닫습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