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조원대로 커진 OTT 시장…'콘텐츠 가격 전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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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LGU+ '깜깜이 협상'에 결국 송출중단
“말도 안 되는 인상률이다!”(LG유플러스)
“제값을 제시했을 뿐이다!”(CJ ENM)
LG유플러스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콘텐츠 제작과 공급, 유통을 각각 담당해온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주요 이해 당사자가 정면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 ENM은 LG유플러스의 모바일TV 서비스인 ‘U+모바일tv’ 콘텐츠 사용료를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 서비스 ‘U+tv’와 별도로 협의하자고 요구한 상황이다. 양사는 그간 U+모바일tv 사용료를 U+tv 계약과 연계해 협상해왔다.
여기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도 기름을 부었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등에 비해 제작사에 콘텐츠 가치를 후하게 쳐준다. 콘텐츠를 방영한 뒤 사후에 정산하는 ‘선공급 후계약’제인 국내 시장과 달리 콘텐츠 대가를 선지급한다.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팔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다. 글로벌 유통사가 들여온 ‘새로운 가격 기준’에 눈을 뜬 셈이다. CJ ENM 관계자는 “글로벌 OTT는 콘텐츠 가격을 충분히 정산해 안정적으로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며 “국내 시장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사업자가 다변화된 것도 대립을 키웠다. CJ ENM은 IPTV업계에선 tvN, 올리브 등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들의 거래처 격이다. 동시에 OTT업계에선 자체 OTT ‘티빙’을 운영하고 있어 통신사들과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최근엔 각 통신사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명분으로 PP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번 LG유플러스와 CJ ENM 간 협상이 표류한 것도 이런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U+모바일tv 서비스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부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LG유플러스는 U+모바일tv는 OTT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사 IPTV 서비스를 단순히 모바일 환경으로 연장한 서비스일 뿐이라는 얘기다. 반면 CJ ENM은 “LG유플러스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U+모바일tv에 가입할 수 있고, 별도 콘텐츠도 있는 만큼 별개의 OTT”라고 맞섰다.
양사의 주장 근거도 테이블에 올려 놓지 못했다. CJ ENM은 “지난 3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U+모바일tv 내 CJ ENM 채널 제공 가입자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이 175%에 달하는 무리한 사용료 인상안을 제시해 근거를 요청했으나 수차례 묵살당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CJ 측과 다른 플랫폼과 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CJ ENM은 KT의 OTT ‘시즌’과도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11일부로 협상시일을 넘겼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업계와도 똑같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은 KT엔 전년 대비 사용료 100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은 “1000%라면 많아 보이지만 그만큼 기존 사용료가 얼마나 적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KT도 이 같은 급격한 인상률에 동의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제2, 제3의 블랙아웃(송출 중단)이 나올 수 있다”며 “카카오,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콘텐츠 이용료 논란은 더욱 복잡하고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구민기 기자 always@hankyung.com
“제값을 제시했을 뿐이다!”(CJ ENM)
LG유플러스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콘텐츠 제작과 공급, 유통을 각각 담당해온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주요 이해 당사자가 정면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 ENM은 LG유플러스의 모바일TV 서비스인 ‘U+모바일tv’ 콘텐츠 사용료를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 서비스 ‘U+tv’와 별도로 협의하자고 요구한 상황이다. 양사는 그간 U+모바일tv 사용료를 U+tv 계약과 연계해 협상해왔다.
넷플릭스가 불 댕긴 ‘콘텐츠값’ 인상
CJ ENM의 움직임엔 나름 근거가 있다. 작년 코로나19 이후 OTT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미디어업계 주류로 급부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시장 OTT 이용률은 66.3%로 전년(52.0%) 대비 14.3%포인트 증가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시청자가 늘었다. 세 명 중 두 명은 OTT를 이용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작년 2조8600억원에서 올해 3조3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CJ ENM은 “올해부터는 OTT 위상에 걸맞은 ‘콘텐츠 제값 받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별도 협상을 요청했다”고 했다.여기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도 기름을 부었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등에 비해 제작사에 콘텐츠 가치를 후하게 쳐준다. 콘텐츠를 방영한 뒤 사후에 정산하는 ‘선공급 후계약’제인 국내 시장과 달리 콘텐츠 대가를 선지급한다.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팔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다. 글로벌 유통사가 들여온 ‘새로운 가격 기준’에 눈을 뜬 셈이다. CJ ENM 관계자는 “글로벌 OTT는 콘텐츠 가격을 충분히 정산해 안정적으로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며 “국내 시장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사업자가 다변화된 것도 대립을 키웠다. CJ ENM은 IPTV업계에선 tvN, 올리브 등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IPTV를 운영하는 통신사들의 거래처 격이다. 동시에 OTT업계에선 자체 OTT ‘티빙’을 운영하고 있어 통신사들과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최근엔 각 통신사가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명분으로 PP 자회사를 잇달아 설립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국내 시장은 서로 ‘깜깜이 협상’
국내 시장의 콘텐츠 가격 산정 기준은 불안정하다. 명확한 기준 없이 해마다 개별 사업자 간 협상으로만 콘텐츠 이용료를 산정한다. 상호 간 요구 근거인 가입자 수, 이용률 등의 기본 데이터조차 서로 공유하지 않는다.이번 LG유플러스와 CJ ENM 간 협상이 표류한 것도 이런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은 U+모바일tv 서비스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부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LG유플러스는 U+모바일tv는 OTT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사 IPTV 서비스를 단순히 모바일 환경으로 연장한 서비스일 뿐이라는 얘기다. 반면 CJ ENM은 “LG유플러스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U+모바일tv에 가입할 수 있고, 별도 콘텐츠도 있는 만큼 별개의 OTT”라고 맞섰다.
양사의 주장 근거도 테이블에 올려 놓지 못했다. CJ ENM은 “지난 3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U+모바일tv 내 CJ ENM 채널 제공 가입자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이 175%에 달하는 무리한 사용료 인상안을 제시해 근거를 요청했으나 수차례 묵살당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CJ 측과 다른 플랫폼과 갈등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CJ ENM은 KT의 OTT ‘시즌’과도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11일부로 협상시일을 넘겼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업계와도 똑같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CJ ENM은 KT엔 전년 대비 사용료 1000%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측은 “1000%라면 많아 보이지만 그만큼 기존 사용료가 얼마나 적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KT도 이 같은 급격한 인상률에 동의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제2, 제3의 블랙아웃(송출 중단)이 나올 수 있다”며 “카카오,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콘텐츠 이용료 논란은 더욱 복잡하고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구민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