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인 하이트진로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 박문덕 회장(사진)의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 누락 행위를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해 기업집단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감사보고서 등 지정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박 회장은 2017~2018년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와 2017~2020년 평암농산법인을 누락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연암', '송정'을 지정자료 제출 시 고의 누락했는데 이들 회사는 박 회장 조카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기업이다. 박 회장은 2013년 2월 두 회사가 하이트진로의 계열회사로 미편입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2019년 공정위로부터 해당 내용을 지적받기 전까지 계속 자료를 누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회장은 2014년 3월 조카의 부친이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산업 임원직에서 퇴임하도록하는 등 친족독립 경영 여건을 조성해 편입 신고하는 등 처벌수위 감경을 계획했으나 같은해 6월 계열 누락을 자진 시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하이트진로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해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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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3곳도 지정자료 제출시 누락했다. 이들 업체는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 손자 등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하이트진로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인 2016년 4월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 등 내부거래 비중도 상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에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제품을 생산·납품할 수 있도록 해왔는데 이는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박 회장은 농산물재배업체인 '평암농산법인' 역시 지정자료 제출 시 누락했다. 평암농산법인은 주주 임원이 하이트진로 계열회사 직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진로소주에 농지를 양도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6월 평암농산법인의 계열 누락 사실을 확인하고 법 위반 적발시 처벌 정도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박 회장은 지난해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해당 법인 계열 누락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야 편입신고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공정위는 박 회장이 2003년부터 지정자료를 다수 제출하는 등 경험이 있고,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로 경고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정자료 허위제출'을 박 회장이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인해 경제력집중 방지의 근간이 훼손된 정도를 고려하면 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히 크다"며 "지정자료와 관련해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자료 누락을 통해) 특별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 바 없음을 소명했다. 이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앞으로 진행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