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위터 캡처
사진=트위터 캡처

맥도날드가 인기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와 협업해 출시한 '더 BTS 밀 세트(BTS 세트)'가 출시 직후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가운데, BTS의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해 마케팅하는 사례도 지속 보고되고 있다. 이 중에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한 곳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와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중국 제조사 '비보(Vivo)'는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 'V21 5G'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출시를 알리는 홍보물을 페이스북 등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문제는 해당 홍보물이 BTS가 연상돼 마치 V21 5G가 BTS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생각된다는 것. 게시글 중앙엔 BTS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비보는 BTS가 'Be There Soon'의 약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V21 5G가 곧 출시될 것이란 얘기다. 다만 BTS라는 알파벳은 크게 적혀있지만, 그 외의 알파벳은 확연하게 작은 크기로 쓰여 있어 시각적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홍보물은 글자부터 배경, 여성 모델이 착용한 옷과 신발, 스마트폰 색상까지 대부분 보라색으로 구성됐다. 보라색은 BTS의 상징색이다. 비보는 지난달 27일 V21 5G을 말레이시아 등에 출시했는데, 이날은 맥도날드가 전 세계에 BTS 세트를 글로벌 출시를 시작한 날짜와 동일하다. 때문에 비보는 제품 출시에 앞서 이 같은 홍보물을 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보는 해당 홍보물과 함께 맥도날드를 태그하며 윙크하는 이모티콘과 함께 "BTS를 빌려달라"는 문구도 함께 썼다. 비보는 홍보물 하단 우측엔 작은 글씨로 "해당 이미지는 단지 참조용일 뿐"이라며 "실제 제품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BTS가 지난해 7월 정식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BTS 에디션'을 보면 BTS의 상징인 보라색 색상과 BTS '아미'를 위해 관련 위젯과 바탕화면 등을 도입한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등으로 구성됐다. BTS는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선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 '갤럭시S20 플러스 BTS 에디션'/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 '갤럭시S20 플러스 BTS 에디션'/사진제공=삼성전자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측은 BTS가 현재 비보와의 협업은 별도로 진행 중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이브 관계자는 "BTS와 비보가 현재 콜라보레이션을 준비 및 진행 중인 제품은 없다"며 "BTS의 명칭을 도용하는 사례가 최근 워낙 많은데 관련 사업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 사안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BTS와 협업해 만든 BTS 세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BTS 세트의 소스와 박스, 보라색 음료 컵, 메뉴를 싸주는 포장지 등을 세트 가격인 5900원(서울 기준)에 큰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호주의 한 판매자는 BTS 세트에서 치킨너깃이 들어있는 상자와 개봉되지 않은 소스를 약 43만원(500호주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베이에는 60개가 넘는 BTS 세트와 관련한 리스트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제조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비보는 총 3871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이 기간 비보의 점유율은 10.2%로,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에 이은 4위를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점유율이 2.8% 늘어 화웨이, 오포를 제치고 중국 2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올라섰다.

비보가 해당 게시글에서 공개한 V21 5G은 최근 글로벌 출시됐다. 중저가 스마트폰임에도 셀피 카메라에 광학식손떨림방지(OSI) 기능을 갖춘 44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게 특징이다. 3GB의 가상 램(RAM)이 제공돼 기본 8GB 램에서 3GB를 필요할 때 내부 저장소에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