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는 반성문' 타 부처 눈치 보느라 국민은 안중에 없는 정부
고용노동부는 2018년부터 일자리사업의 효과를 높이고 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위해 매년 전체 일자리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5월 직전연도 정부 일자리 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각 부처에 통보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2019년 5월 정부는 2018년 일자리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주는 일자리 사업의 상당수는 노인들의 소득 보조 역할에 그쳤다. 직접일자리 사업이 민간일자리로 연결된 것은 16.8%에 불과했다. 또한 직업훈련 비용의 자기부담률이 너무 낮아 훈련쇼핑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고, 시간선택제 신규고용 지원 제도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양산하기도 했다." 일자리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아픈 대목이지만 나름 용기있고 의미있는 '반성문'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세 번째 '반성문'이 나왔지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정부 일자리 예산은 2019년 2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4000억원(추경 포함 시 33조6000억원), 올해는 30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평가해 발표한 지난해 정부 일자리 사업은 145개입니다. 평가 결과를 보면 우수 등급이 14개, 양호 81개, 개선필요 36개, 감액 14개 등입니다. 정부 스스로 평가에도 일자리사업 3개 중 1개 이상은 개선이 필요하거나 예산을 삭감해야 할 정도로 부실한 정책이라는 얘기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상황 인식입니다. 지난 8일 정부의 일자리정책 평가 결과 발표 이후 언론에서는 '정부도 인정하는 부실 일자리 정책' '일자리 사업 10개 중 3개 미흡' 등 비판기사가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반박에 가까운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요약하면 △정부가 인건비를 직접 지급한 직접일자리 예산은 전체 일자리예산의 8.8%인 2조9500억원이고 △개선이 필요하거나 감액 대상 사업이라고 해서 부실사업은 아니며 △일자리사업 성과평가 결과는 올해부터 대국민 공개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해석하자면 정부 일자리 정책이 민간 일자리 창출 지원이 아닌 세금을 통한 직접일자리 의존한다는 비판에 '해당 사업 예산은 3조원 밖에 안된다'고, 예산을 줄여야 할 정도로 평가된 사업임에도 부실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나마 주목되는 부분은 일자리사업 평가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는 2018년 일자리 사업부터 평가 결과를 공개해오고 있지만 어떤 사업이 개선이 필요하고, 어떤 사업이 감액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일자리사업 소관부처에서 불편해한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 "정부가 반성문은 썼는데 정작 뭘 잘못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올해부터는 일자리사업 성과 평가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계획이며, 대국민 공개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고용부는 성과 평가결과 공개 방식으로 '대국민 성과 포털 등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대국민 성과포털이란 국민들이 각 재정사업 평가결과를 한 곳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에서 2022년 초 구축을 추진 중인 사안입니다. 결국 정부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2020년 일자리 사업 평가결과는 2022년에 가서야 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