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11개국 2311명 안장
'자유는 공짜 아니다' 교육의 장
코로나前 참전국 관광객 명소
지난 10일 부산 대연동에서 만난 허강일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사진)은 오가는 참배객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검은 양복 차림의 외교사절부터 소풍 온 유치원생들까지 방문객은 다양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인 이곳은 학생들에겐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교육의 장이다. 6·25전쟁에 파병을 결정했던 참전국들에는 한국과의 끈끈한 연대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허 처장은 올 1월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CUNMCK)로부터 관리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주방글라데시 대사와 주아일랜드 대사 등을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허 처장은 “유엔공원은 6·25전쟁 당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유엔군 전몰 장병들이 잠들어 있는 성지”라고 소개했다. 당시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한 23개국 중 11개국의 2311명이 안장돼 있다. 사후에 이곳에 묻힌 사례도 있다. 허 처장은 “프랑스인 고(故) 레몽 베나르 씨의 경우 6·25전쟁 60주년을 맞은 2010년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전쟁 이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며 “자신이 피로 지킨 나라가 발전한 모습에 감명받아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정부가 주관한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은 사상 최초로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삼원으로 생중계됐다. 허 처장은 “유엔군 전몰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된 만큼 우리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과 함께 기리는 건 뜻깊고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허 처장은 한국이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예우하는 게 상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큰 자산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처장은 “대사 시절 유엔군 참전국들과의 외교에서 ‘당신들 덕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말 한마디만 해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며 “유엔 역사상 유일했던 유엔군의 일원이었다는 유대감은 한국이 상대국과의 친선 관계를 높이는 디딤돌이 된다”고 했다.
참혹한 전쟁 탓에 탄생한 유엔공원이 역설적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장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허 처장은 “묘비 앞에 서면 처참한 전쟁의 참혹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며 “유엔공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진 터키 등 참전국 관광객이 반드시 찾는 ‘성지순례’ 코스일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평화를 파괴한 북한의 무력 침공에 맞서 함께 싸운 국제사회의 연대의 장소인 만큼 국내에서도 더욱 잘 알려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