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전문 사기꾼에서 영매로 활약
정용화, 다채로운 매력 뽐내며 호평
밴드 씨엔블루 리더이자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뽐낸 유쾌한 모습 뿐 아니라 영매로 빙의하며 다양한 귀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꾸준히 활동하며 쌓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마음껏 선보였다. '대박부동산'을 마무리한 후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용화는 "그동안 했던 작품 모두 애정이 가지만, 특히 더 좋았고, 특히 더 행복했다"면서 '대박부동산'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전역 후 첫 작품으로 '대박부동산'을 택한 정용화는 "이렇게 편안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해서 임한 건 처음"이라며 "'대박부동산'이 오랫동안 반복해서 봐도 재밌는 드라마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 드라마가 종영한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처음 하는 작품입니다. 뜻깊고 재밌게 끝냈습니다. 매 작품마다 애정을 느끼지만, '대박부동산'은 끝난지 일주일이 됐는데 여전히 아쉬움을 느끼고 있어요.
▲ '대박부동산'은 분양 사기, 건물주 갑질, 임대동 차별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였는데 작품의 주제 의식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연이 많았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좋았습니다. 상상으로만 하면 힘들었을 거 같은데, 일상과 주변에서 일어날 법 한 일을 그려내서 연기할 때도 편했어요.
▲ 오인범 역을 연기하시면서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했고 강조하고자 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번에 확실히 좀 더 끌렸어요. 대본을 볼 때부터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연기를 하면서 재밌고요. 대본을 읽으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르고, 많이 대화하고, 대본에 쓰이지 않은 것들도 여럿 시도했어요.
▲ 오컬트 장르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군대에 있을 때, 나가서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받을 때 느낌이 좋은 걸 하자' 이런 생각이 가장 컸고, 색다른 도전도 하고 싶었어요. '대박부동산'은 모든 게 부합했어요. 새로웠고, 제가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여러 가질 겪을 수 있는 대본이라 '딱이다' 싶었죠.(웃음) 거기에 장나라 누나가 하신다고 하니 더 확신을 하게 됐죠.
▲ 전역 후 첫 작품인 만큼, 작품 선택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부담감은 전역 전보다 덜했어요. 가기 전엔 욕심이 더 많았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생각도 많고, 마음도 불안했고요. 전역하니 연기도 편하고, 부담도 덜해서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여드린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대박부동산'을 통해 어느 정도 이뤄진 거 같아요.
▲ 입대 전에 감싸고 있던 부담감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아직도 부담감의 정체는 잘 모르겠어요. 전역 전엔 일만 하고, 뭔가 제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고, 목표치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그래서 밖에서는 활발한데 집에 가면 공허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군대에서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랑 생활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난 정말 행복하게 잘 지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전역하면 모든 것에 완벽해지려 하지 말자'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 후로 편해졌어요. 전엔 카메라 앞에 설 때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제 감정에 충실하게 됐고요.
▲ 항상 멋지고 자상한 느낌의 역할을 맡아오다가 이번엔 능글거리는 사기꾼 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종영한 지금 본인의 연기 변신에 스스로 만족하는지 궁금합니다.
평가를 하고 점수를 메기긴 부끄럽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상태에선 최선을 다했어요.
▲ '대박부동산'은 시청률 면에서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예전엔 시청률에 굉장히 집착했어요. 매일 다 챙겨 보고, 신경쓰고요. 그런데 '대박부동산'은 작품 자체에 집중했던 시간이었어요. '벌써 첫방이야', '벌써 중반이야' 이런 느낌을 처음 느꼈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요.
▲ '다크 히어로'적 특성을 가졌다는 점을 비춰보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던 '빈센조'나 '모범택시'가 흥행 대박을 터트린 것과 비교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대박'이라는 제목처럼 더 대박이 났다면 좋았겠지만, 저는 좋았어요. 어디랑 비교하며 그러기 보다는, 저희 작품 그 자체로 좋았어요.
▲ 장나라, 강홍석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매번 리허설을 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리허설 전부터 '어떻게 할까' 기대가 될 만큼 좋았어요. 나라 누나를 보며 배운 것도 많아요. 저보다 훨씬 선배인데도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이걸 더 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것에서 벗어나 다른 것들을 시도할 수 있게 해줬어요.
(강)홍석 형도 대본대로, 지문대로 하기 보다는 함께 뭔가를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강홍석 배우가 '내가 씨엔블루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듀엣 생각은 없으신가요?
홍석이 형이 노래를 정말 잘해요. 같이 있으면 정말 즐겁고요. 제가 연예계에 있으면서 친구가 많진 않아요. 사회에서 만나서 마음이 편한 친구를 찾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홍석이 형은 '정말 좋다', '편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받았어요.
▲ 오인범과 인간 정용화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장난스러울 땐 장난스럽고, 진지할 땐 진지한 스타일인데, 오인범 대본을 보면서 '사연에 집중할 땐 진지하게, 평소엔 재밌게' 차이를 두면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의 모습을 가져오려 했어요.
▲ 다양한 원한을 가진 귀신을 만나셨습니다. 가장 와닿았던, 기억에 남는 귀신이 있다면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죽어서 슬퍼하는 어머니의 사연이 슬펐어요. '그게 어떤 마음일까'하는 생각이 컸어요. 저희 어머니도 제가 성인인데도 항상 아들 걱정만 하시는데, 그게 어떤 마음일까 싶더라고요. ▲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어요. 결혼 생각은 없으실까요?
아직은 없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주변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가 많아요. 체감이 잘 되지 않아요.
▲ '대박부동산' 시작 전 공개된 스틸컷에서 성난 근육으로 화제를 모았어요.
이게 사연이 있는데, 대본엔 '수영을 한다'는 한 줄이 전부였는데, 뱃살이 있으면 부끄럽잖아요. 꾸준히 운동은 하고 있었지만, 수영장 촬영 한 달 전부터 운동량도 늘리고, 식단도 닭가슴살 먹으면서 준비했어요. 그런데 촬영이 연기되면서 두 달 정도 관리 기간이 늘어난 거죠.(웃음) 그게 조금 힘들었던 거 같네요.
▲ 오인범 또한 아픈 과거와 여린 심성을 지닌 사람이었고 결국 홍지아와 함께 정의를 되찾는 '원팀'이 됐는데요. 제대로 된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픈 사연이 있어서 오인범이라는 인물이 더 입체적으로 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더 집중할 수 있었고요. 악연도 좋고, 로맨스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액션도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직접 곡을 만들고 작사하는 싱어송라이터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음악적으로 영감을 받으신 부분도 있으실까요?
중간중간 많이 느꼈어요. 이런 감정을 노래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를 하면서 그런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써봐야 알아요.(웃음) 확실히 일상 생활보다는 연기를 할 때 더 많은 영감을 받는 건 맞아요.
▲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아직은 '대박부동산'이요. 끝난 지 얼마 안 돼 그런거 같고요. 그리고 이후 스케줄들. 팬미팅을 앞두고 있거든요.
▲ 촬영장에서 진짜 귀신을 본 오싹한 경험이 있으셨는지요?
귀신을 보진 않았어요. 귀신 분장한 분들을 계속 봤죠. 처음엔 정말 깜짝깜짝 놀랐어요. 그런 것들도 막바지엔 익숙해지더라고요.(웃음)
▲ 매일 치이고, 맞고, 감정 연기까지 힘들었을 거 같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인간 정용화로 복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맨날 맞고, 울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중간중간에 쉴 때마다 자면서 체력을 축적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체력을 갈고 닦았죠. 촬여이 끝나 너무 아쉬운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서 '이제 푹 자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더라고요.
▲ 이제 30대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수 있을까요? 더불어 남은 30대는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벌써 34살이 됐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더 후딱 지나가 버린 거 같아요. 20대엔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누구에게든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잠도 못자고, 끼니도 항상 김밥으로 때우고요. 그래서 30대 때엔 '내 삶을 즐기며 일하자'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즐기질 못했어요. 여행을 많이 못가봤거든요. 그렇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다곤 생각해요. 30대도 20대 만큼 알차게 보내는 게 앞으로 제 목표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