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따릉이'와 이낙연의 '롤(LOL)'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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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이미지'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정당도 정치인들도 각종 미디어를 활용해서 이미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비전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요즘은 TV뿐 아니라 유튜브등 다른 영상 채널들도 많아져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진듯 합니다. 선거 때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이미지는 큰 역할을 합니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상 최초의 '이미지 선거'라고 합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케네디는 정치적 신망이 더 높았던 공화당의 닉슨을 꺾고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케네디가 TV토론을 통해 젊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닉슨의 노쇠한 모습과 대비되면서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후 정치, 특히 선거에선 정치인들의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선거전략이 됩니다.
그런데 '이미지'라는 것도 뭔가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 나왔을때 아무리 열심히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도,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약발'은 곧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예쁘게 올라오는 레스토랑도 '핵심'인 음식 맛이 별로면 한번 정도 혹해서 가볼 순 있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인 자체의 '콘텐츠'입니다. 그 콘텐츠는 미래에 대한 비전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정책일 수도 있고, 인간적인 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콘텐츠와 어울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이뤄질 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억지스러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36세에 제1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 신고 다니는 구두, 2년전 남성 잡지 맥심에 잠옷 입고 칫솔 물고 부스스하게 찍은 표지모델 사진까지 모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직접 자동 투자 프로그램을 짜서 코인 투자를 한다는 것만 봐도 '평범'하진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정치인 이준석'을 마케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짜낸 것이 아니라 원래 젊고 생활이 그래서 그런듯 합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전략적으로 짜여진 것이라면 굉장한 '고수'일 겁니다. 이준석 대표 때문에 '청년 정치' 열풍이 불자 여권의 대선 주자들마다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며 청년들을 향한 '구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용산 롤(LOL)파크를 찾아 프로게이머와 함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엄중한' 이미지를 벗겠다는 시도로 보입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힙합 전사'인듯 선글라스와 금목걸이 가죽재킷 차림의 모습을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SNS 틱톡에 공개했습니다. 최근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그야말로 눈물겹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이러한 이벤트에 '공감'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솔직히 자연스럽진 않습니다. 이준석 열풍 때문에 갑자기 이런 이벤트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꼰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단발적인 이벤트보다 현실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발굴하고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지가 중시되는 정치에서도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알맹이와 괴리된 이미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보이는 이미지보다 '말'의 신뢰성을 더 중시합니다.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 말로는 공정을 강조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결코 공정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졌던 거죠. 이준석 열풍도 지금의 젊은 '이미지'가 말과 정책의 신뢰로까지 이어져야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성완 논설위원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통상 최초의 '이미지 선거'라고 합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케네디는 정치적 신망이 더 높았던 공화당의 닉슨을 꺾고 미국의 제 35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케네디가 TV토론을 통해 젊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준 것이 닉슨의 노쇠한 모습과 대비되면서 당선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후 정치, 특히 선거에선 정치인들의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선거전략이 됩니다.
그런데 '이미지'라는 것도 뭔가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 나왔을때 아무리 열심히 홍보하고 마케팅을 해도,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으면 '약발'은 곧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예쁘게 올라오는 레스토랑도 '핵심'인 음식 맛이 별로면 한번 정도 혹해서 가볼 순 있어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위한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인 자체의 '콘텐츠'입니다. 그 콘텐츠는 미래에 대한 비전일 수도 있고, 구체적인 정책일 수도 있고, 인간적인 매력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콘텐츠와 어울리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이뤄질 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억지스러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36세에 제1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 신고 다니는 구두, 2년전 남성 잡지 맥심에 잠옷 입고 칫솔 물고 부스스하게 찍은 표지모델 사진까지 모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직접 자동 투자 프로그램을 짜서 코인 투자를 한다는 것만 봐도 '평범'하진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정치인 이준석'을 마케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짜낸 것이 아니라 원래 젊고 생활이 그래서 그런듯 합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전략적으로 짜여진 것이라면 굉장한 '고수'일 겁니다. 이준석 대표 때문에 '청년 정치' 열풍이 불자 여권의 대선 주자들마다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며 청년들을 향한 '구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용산 롤(LOL)파크를 찾아 프로게이머와 함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엄중한' 이미지를 벗겠다는 시도로 보입니다. 정세균 전 총리는 '힙합 전사'인듯 선글라스와 금목걸이 가죽재킷 차림의 모습을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SNS 틱톡에 공개했습니다. 최근 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그야말로 눈물겹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이러한 이벤트에 '공감'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기는 한데, 솔직히 자연스럽진 않습니다. 이준석 열풍 때문에 갑자기 이런 이벤트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꼰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단발적인 이벤트보다 현실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발굴하고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지가 중시되는 정치에서도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알맹이와 괴리된 이미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의 보이는 이미지보다 '말'의 신뢰성을 더 중시합니다.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을 겁니다. 말로는 공정을 강조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결코 공정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졌던 거죠. 이준석 열풍도 지금의 젊은 '이미지'가 말과 정책의 신뢰로까지 이어져야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성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