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이던 창동 주공 아파트, 한 달 만에…서민들만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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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자격, 안전진단 통과 후로 앞당기자…
상계·창동 등 '풍선효과' 매물 줄고 호가 뛰어
상계·창동 등 '풍선효과' 매물 줄고 호가 뛰어
“재건축 초기단계 아파트들이 주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결국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양도 금지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후로 앞당기게 되면 서민이 접근할 만한 아파트들의 가격만 뛰는 셈이죠. 빈대(강남 고가 재건축 아파트값) 잡으려다 초가삼간(서민 주거) 태운 격 아닐까요.”(도봉구 B중개업소 관계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양도 금지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후로 앞당기기로 하자 재건축 초기 단계의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들이 주로 노원·도봉구 등 중저가 지역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값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특히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1·3·9·11·13·16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주공9단지 전용 79㎡는 직전 실거래가(8억9000만원·5월)보다 1억원가량 오른 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들 아파트는 새 아파트를 매매하기 어려운 젊은 층이나 매매 자금이 부족한 이가 주로 접근하는 단지로 꼽힌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면서 서민 아파트값이 뛰는 양상이다. 매수자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만 더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다. 도봉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를 고려하던 30대 직장인 박모 씨(33)는 "이번 정책으로 그나마 접근할 수 있던 가격대의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상승했다"며 "무주택자들은 새 아파트가 비싸니 그나마 재건축이라도 고려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시장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되나"라고 푸념했다.
노원구 K중개업소 대표도 “정밀안전진단 통과 직전의 오래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매수 희망자는 젊은층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으며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Y공인 관계자는 “집 한 채 가진 가구들의 경우 각종 개인 사유로 매매가 필요할 경우가 생길텐데 자칫 팔 수 없는 사태가 불거질까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 기간이 최소로 잡아도 10~15년은 걸릴텐데 그 기간동안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아둔 다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2003년 처음 조합설립 추진위 승인을 받은 뒤 20년 가까이 조합 설립을 못하는 중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예외를 두기로 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조차 제외된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들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이다.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긴 조치가 오히려 재건축 매물의 희소성만 키워 자칫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이나 여의도, 목동 등에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여전한데 매매가 막히면서 간간히 나오는 매물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추세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U공인 대표는 “어차피 압구정을 벗어날 생각이 없고 크게 이사할 일이 없는 주민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강남 진입을 고려하던 이들이 매물이 크게 줄고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되지 않겠냐면서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양도 금지 시점을 안전진단 통과 후로 앞당기기로 하자 재건축 초기 단계의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건축 초기 단계의 단지들이 주로 노원·도봉구 등 중저가 지역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서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강남 잡으려다 서민 집값만 올린 셈
16일 정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 내 재건축 단지는 정밀안전진단 통과 이후 시·도지사가 별도로 정한 ‘기준일’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때부터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더라도 조합원 몫의 새 집을 받을 수 없다. 현재는 안전진단 통과 후 통상 3~4년 정도 걸리는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만 아파트를 사면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17단지에서는 매수 문의는 늘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물은 한 달여 전 39건에서 현재 14건으로 25건(64.1%)이나 줄었다. 이 단지는 지난 8일 예비안전진단(현지 조사)을 통과했다. 이 단지 전용 36㎡는 6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달 15일 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쓴 지 한 달 만에 호가가 1억원 뛰었다.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값도 가파르게 뛰고 있다. 특히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1·3·9·11·13·16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주공9단지 전용 79㎡는 직전 실거래가(8억9000만원·5월)보다 1억원가량 오른 9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들 아파트는 새 아파트를 매매하기 어려운 젊은 층이나 매매 자금이 부족한 이가 주로 접근하는 단지로 꼽힌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면서 서민 아파트값이 뛰는 양상이다. 매수자들 사이에선 '내 집 마련'만 더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다. 도봉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를 고려하던 30대 직장인 박모 씨(33)는 "이번 정책으로 그나마 접근할 수 있던 가격대의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상승했다"며 "무주택자들은 새 아파트가 비싸니 그나마 재건축이라도 고려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시장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되나"라고 푸념했다.
노원구 K중개업소 대표도 “정밀안전진단 통과 직전의 오래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엄청나게 늘었다”며 “매수 희망자는 젊은층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으며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투기 잡으려 했는데…"내 집 내가 왜 못파냐"
반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도 사업 진척이 더딘 단지들에서는 '출구가 막혔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로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압구정, 목동, 잠실 등 안전진단과 조합 설립 사이에 있는 주요 단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Y공인 관계자는 “집 한 채 가진 가구들의 경우 각종 개인 사유로 매매가 필요할 경우가 생길텐데 자칫 팔 수 없는 사태가 불거질까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 기간이 최소로 잡아도 10~15년은 걸릴텐데 그 기간동안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막아둔 다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2003년 처음 조합설립 추진위 승인을 받은 뒤 20년 가까이 조합 설립을 못하는 중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나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 설립 이후 2년간 사업이 다음 단계로 진척되지 못했을 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예외를 두기로 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조차 제외된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들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이다.
시장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긴 조치가 오히려 재건축 매물의 희소성만 키워 자칫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이나 여의도, 목동 등에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여전한데 매매가 막히면서 간간히 나오는 매물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추세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U공인 대표는 “어차피 압구정을 벗어날 생각이 없고 크게 이사할 일이 없는 주민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강남 진입을 고려하던 이들이 매물이 크게 줄고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되지 않겠냐면서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