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베팅 통했다…신세계-네이버, 이베이코리아 인수 눈앞 [마켓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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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네이버 컨소시엄이 롯데그룹을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3위 업체 이베이코리아를 품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거래액 20조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서 단숨에 이커머스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쿠팡이 주도하던 이커머스 업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컨소는 이베이코리아 최대 주주인 미국 이베이 본사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곧바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롯데그룹이 일찌감치 인수를 포기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절차는 생략하기로 했다. 신세계 컨소는 가격 측면에서 롯데그룹에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인수 주체는 신세계그룹 내 오프라인 쇼핑 부문인 이마트다. 현재 양 측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 매각과 100% 매각을 두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거래 금액은 지분 100% 인수 기준 약 4조2000억원 수준이다.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약 20% 가량의 금액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20% 가량을 재출자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매각실무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현재 지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은 오픈마켓 1, 2위 업체다. 이들은 소규모 쇼핑몰들이 입점해 수수료를 내고 판매를 형식으로 운영된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사실상 이커머스 왕좌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업체 거래액은 네이버가 27조원으로 1위이고, 이어 쿠팡 22조원, 이베이코리아가 20조원이다. 이마트의 거래액은 약 4조원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거래액 기준 24조원으로, 쿠팡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여기에 네이버까지 합치면 거래액 5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이커머스 연합이 탄생하게 된다. 유통 라이벌인 롯데그룹을 저 멀리 따돌리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가 기존 유통 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한 방’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신세계는 올해 초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유력 후보로 꼽혔다. 올해 초 쿠팡이 미국 증시에 무려 100조원에 상장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유통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신세계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쓱닷컴)을 통해 온라인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9년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총대를 멘 강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양쪽을 모두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공격적인 M&A를 이어갔다. 지난 1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양사간 지분 동맹의 연장선상이다. 지난달에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을 통해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을 품었다. 젊은 패션 부문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에는 마침내 4조원에 달하는 이베이 인수까지 성공해냈다. 신세계가 역대 단행한 인수합병(M&A) 거래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최근 6개월 내 무려 6조원이 넘는 인수를 단행하면서 M&A업계 큰 손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신세계는 음식 배달업체 요기요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 내부에선 이번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후 이를 기반으로 물류·배송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할 예정이다. 일정 정도 매출처를 확보한 후 투자 고정비를 줄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쓱닷컴 운영을 통해 쌓은 풀필먼트 분야 노하우를 그룹 전체로 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또 기존 이마트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 내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 관리 자동화, 합배송, 신선도 관리 등 유통분야 풀필먼트 서비스는 기존 택배 등 물류 강자들이 잘하는 영역과 다소 다른 부분이 많다"라며 "오히려 신세계가 쓱닷컴에서 쌓은 물류 자동화 노하우를 이베이코리아에 접목시켜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페이) 분야에서 시너지도 분명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본입찰 직후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엔 네이버, G마켓, 옥션,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쓱닷컴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신세계는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통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140여 개의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는 쿠팡 등 온라인 기반 플랫폼 업체들은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회사 측은 배송의 품질과 효율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야구단 인수도 그룹의 유통업과 결합해 레저와 쇼핑을 온·오프라인에서 구현하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심사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와 이베이를 합쳐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시장점유율 50%가 넘지는 않지만 쿠팡과 큰 격차로 압도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는 점에서 중소 업체들은 군소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이 제기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공정위가 제동을 걸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10년여만에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됐다. 한 때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이었지만 쿠팡, 티몬 등 경쟁 업체의 등장으로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었다.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미국 이베이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공격을 받아 매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출혈 경쟁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매각에 나섰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16일(11: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컨소는 이베이코리아 최대 주주인 미국 이베이 본사와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곧바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롯데그룹이 일찌감치 인수를 포기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절차는 생략하기로 했다. 신세계 컨소는 가격 측면에서 롯데그룹에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인수 주체는 신세계그룹 내 오프라인 쇼핑 부문인 이마트다. 현재 양 측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 매각과 100% 매각을 두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거래 금액은 지분 100% 인수 기준 약 4조2000억원 수준이다.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약 20% 가량의 금액을 책임질 예정이다. 이베이 본사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20% 가량을 재출자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매각실무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이베이코리아는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현재 지마켓, 옥션, G9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은 오픈마켓 1, 2위 업체다. 이들은 소규모 쇼핑몰들이 입점해 수수료를 내고 판매를 형식으로 운영된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사실상 이커머스 왕좌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업체 거래액은 네이버가 27조원으로 1위이고, 이어 쿠팡 22조원, 이베이코리아가 20조원이다. 이마트의 거래액은 약 4조원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거래액 기준 24조원으로, 쿠팡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여기에 네이버까지 합치면 거래액 5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이커머스 연합이 탄생하게 된다. 유통 라이벌인 롯데그룹을 저 멀리 따돌리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신세계가 기존 유통 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한 방’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신세계는 올해 초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유력 후보로 꼽혔다. 올해 초 쿠팡이 미국 증시에 무려 100조원에 상장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유통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신세계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쓱닷컴)을 통해 온라인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9년 베인앤컴퍼니 출신의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총대를 멘 강 대표는 이마트와 SSG닷컴 양쪽을 모두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공격적인 M&A를 이어갔다. 지난 1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었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도 양사간 지분 동맹의 연장선상이다. 지난달에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을 통해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을 품었다. 젊은 패션 부문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에는 마침내 4조원에 달하는 이베이 인수까지 성공해냈다. 신세계가 역대 단행한 인수합병(M&A) 거래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최근 6개월 내 무려 6조원이 넘는 인수를 단행하면서 M&A업계 큰 손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신세계는 음식 배달업체 요기요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 내부에선 이번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후 이를 기반으로 물류·배송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할 예정이다. 일정 정도 매출처를 확보한 후 투자 고정비를 줄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쓱닷컴 운영을 통해 쌓은 풀필먼트 분야 노하우를 그룹 전체로 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또 기존 이마트의 구매력을 기반으로 이베이코리아 내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 관리 자동화, 합배송, 신선도 관리 등 유통분야 풀필먼트 서비스는 기존 택배 등 물류 강자들이 잘하는 영역과 다소 다른 부분이 많다"라며 "오히려 신세계가 쓱닷컴에서 쌓은 물류 자동화 노하우를 이베이코리아에 접목시켜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페이) 분야에서 시너지도 분명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본입찰 직후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엔 네이버, G마켓, 옥션,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쓱닷컴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신세계는 장기적으로 온·오프라인 통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140여 개의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는 쿠팡 등 온라인 기반 플랫폼 업체들은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회사 측은 배송의 품질과 효율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야구단 인수도 그룹의 유통업과 결합해 레저와 쇼핑을 온·오프라인에서 구현하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심사가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와 이베이를 합쳐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시장점유율 50%가 넘지는 않지만 쿠팡과 큰 격차로 압도적 1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다는 점에서 중소 업체들은 군소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이 제기됐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공정위가 제동을 걸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는 10년여만에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하게 됐다. 한 때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이었지만 쿠팡, 티몬 등 경쟁 업체의 등장으로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고 있었다. 2010년 영업이익률 20%를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었다. 미국 이베이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공격을 받아 매각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 티몬 등이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출혈 경쟁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매각에 나섰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16일(11:0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