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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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 '반(反) 쿠팡 연합'을 결성한 네이버와 신세계가 사실상 국내 e커머스 1·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대상은 미국 이베이 본사가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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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꾸린 신세계는 이마트를 내세워 본입찰에 참여, 롯데그룹보다 가격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인수가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측은 4조원 안팎, 롯데 측은 3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액 중 신세계가 80%, 네이버가 약 20% 가량의 금액을 부담할 전망이다.

오픈마켓 선두주자 G마켓, 옥션, G9 등을 거느린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네이버(18%·거래액 27조원), 쿠팡(13%·22조원)에 이은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12%·20조원) 기업이다.

여기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4조원)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15%(24조원)로 뛴다. 네이버와 신세계 동맹은 총 거래액 50조원에 달하는 유통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미 올 하반기 신세계그룹의 통합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이 장보기 입점, 포인트 결합 등의 형태로 전략적 제휴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한 상태"라며 "이번 인수로 이마트의 온라인 거래액은 4조원에서 24조원으로 확대된다"고 말했다.
자료=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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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유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만큼 공격적 베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과 배송 문화의 변화를 주도한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실탄을 확보한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후퇴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우선 신세계 계열 기존 오프라인 매장, 물류·배송 시스템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올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함께 네이버를 찾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를 만나 결성된 '혈맹'의 큰 그림이 점차 드러나는 모양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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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는 정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기는 한 해'를 천명한 것을 바탕으로 연이어 공격적 인수·합병(M&A)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이마트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패션 플랫폼 W컨셉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사시켰다.

신세계는 오는 17일에서 일주일 가량 미뤄진 배달 앱(운영프로그램) 2위 '요기요' 인수전에도 SSG닷컴을 내세워 참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확정된 만큼 요기요까지 인수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인수가에서 밀려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그룹은 온라인 중고 거래 업체인 중고나라를 축으로 삼아 e커머스 전략을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가 배송전쟁을 감안하면 이제 공은 요기요 인수전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불참한 MBK파트너스가 입찰해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거나 롯데그룹이 참전해 배송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림수를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