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 건설·소행성 탐사 협력키로
'우주 굴기'로 미국에 맞선다…속도붙는 중·러 협력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척 분야에서 급속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서구와 우주 탐사 협력을 해온 러시아는 최근 미국, 유럽과 사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역시 미국, 유럽이 우주 분야에서까지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나타내며 견제에 나서자 러시아의 손을 잡으며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2024년에 소행성 탐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30년까지 달 남극에 연구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프로그램에도 협력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 3월 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가 1976년 '루나(Luna) 24' 이후 45년 만에 현대화한 달 착륙선 '루나 25'를 달 남극 인근의 '보구슬라브스키 크레이터'를 향해 발사하는 것도 양국의 우주 개척 협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달에 인간이 방문하고 머물 때 필요한 물을 찾는 것이 '루나 25'의 탐사 목표에 들어있다.

중국의 우주탐사 기관 측이 지난 4월 난징에서 프레젠테이션한 데 따르면, 러시아의 루나 프로젝트는 중국의 창어 탐사선 프로젝트와 통합된다.

향후 '루나 27'과 '창어 6' 탐사선이 탈 표면을 굴착해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또, '창어 8', '루나 28' 탐사선은 달로 기지 건설 자재를 실어 갈 예정이다.

두 국가의 협력은 러시아의 축적된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하는 것이다.

'우주 굴기'로 미국에 맞선다…속도붙는 중·러 협력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선을 발사했지만 러시아는 경제난으로 인한 예산 감소와 부패 문제로 업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는 미국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는 2024년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러시아 측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ISS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해왔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향후 5년간 3차례의 달 탐사 계획을 세우며 우주 강국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가운데 중국을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삼은 셈이다.

중국은 우주 기술력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우주 개척에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은 우주탐사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최근 몇 년간 인류 최초 달의 뒷면 탐사와 미국과 러시아에 이른 세 번째 달 샘플 확보, 화성탐사선 발사 등의 성과를 냈다.

나아가 중국은 우주에 독자적인 정거장도 만들고 있다.

ISS가 가동을 중단할 경우 중국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정거장을 보유하게 된다.

양국의 협력에는 우주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체제에 맞서려는 중국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남녀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상주 체제로 들어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자 간 협정 형태로 호주, 캐나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과 우주탐사 협력 규범을 담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했다.

참여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전날 열린 최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이라고 규정하면서 우주전에서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 해군전쟁대학의 존슨 프리스 박사는 "중국은 러시아 경제가 괜찮을 때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 러시아를 우주 게임 안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