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전기연구원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을 외면하고 탈원전 정책에 더해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외면한 급속한 에너지 전환정책이 결국 전기료 인상, 에너지수급 불안정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20% 달성'은 불가능"

○“태양광, 풍력 보급 불확실성 커”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 5개사가 16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전망 분석 보고서’에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은 무리가 따르며 이행 시점을 그 10년 뒤인 2040년으로 늦춰야 한다는 제안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한수원과 5개 발전회사가 전기연구원에 발주해 2018년 10월 작성됐다. 국내 전기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전기연구원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현행 6%에서 20%까지 높이는 정부의 ‘RE3020’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낸 것이다.

전기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8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수립된 신재생에너지 공급 계획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대해 현재 추세 대비 공격적인 보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년 목표량을 달성하는 것은 대규모 부지 확보, 주민 수용성 및 인허가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RE3020 계획에 포함된) 해상풍력이 애초 계획대로 보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등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는 2040년 정도에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에 도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원 지적 묵살

발전사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에 수차례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020년 11월과 12월에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며 “전기료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발전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기연구원 전망도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면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비중을 확대할 때보다 2018~2040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비용이 평균 9570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할 경우 전기료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RE3020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전력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진단을 모두 무시하고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RE3020 계획을 밀어붙였다. 2017년 대비 2019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2%에서 6.5%로 0.3%포인트 찔끔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계획을 20%(8차)에서 20.8%(9차)로 더 높였다.

구 의원은 “RE3020이라는 비현실적 정책 때문에 전 국토가 태양광, 풍력 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정치적 수사를 벗어나 실현 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