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탱크' 최경주 "매일 공 300개 쳐…시니어투어 1승 곧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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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
투어 후배선수들 실력 뛰어나
매년 시드 유지하는 게 대단
연습장에 10여명씩 모이면
"코리안마피아 보스냐" 듣기도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
잘 먹고 꾸준한 연습이 롱런 비결
동갑 미컬슨의 우승에 큰 자극
"감동도 받았지만 약도 올랐죠"
투어 후배선수들 실력 뛰어나
매년 시드 유지하는 게 대단
연습장에 10여명씩 모이면
"코리안마피아 보스냐" 듣기도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
잘 먹고 꾸준한 연습이 롱런 비결
동갑 미컬슨의 우승에 큰 자극
"감동도 받았지만 약도 올랐죠"
“이번주 컨디션이 좋은데 경기를 뛰지 못해 아쉬워요. 제가 참여했으면 여러 곳에서 곡소리가 났을 텐데 말이죠.”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 그 안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코리안 탱크’ 최경주(51)는 이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지난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1년 만에 귀국한 그를 만났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매년 투어 카드를 유지하며 통산 8승, 통산 상금 33위(3279만6806달러), 세계 랭킹 5위의 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PGA투어와 시니어리그인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 임성재(23), 김시우(26), 이경훈(30) 등 많은 후배가 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이경훈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순간, 18번홀에서 그를 맞아주던 최경주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제가 살고 있는 댈러스에서 후배가 첫 우승을 노리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격려해 주고 싶어 달려갔어요. 제가 경기를 끝낼 때면 항상 아내와 아들이 맞아줬습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친구가 없어서 내심 아쉬웠죠. 그래서 후배에게는 조금이라도 든든함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최경주는 PGA투어의 ‘큰 형님’이다. 연습장이나 클럽하우스에 10여 명의 후배들과 함께 있으면 동료들이 “KJ, 코리안 마피아냐”라고 조크를 건넨다고 한다. 그는 PGA투어에서 뛰는 후배를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금 젊은 후배들, 정말 잘합니다. 경기 운영 능력, 몸의 탄력, 쇼트게임, 퍼트,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세계 최고 선수가 모여 경쟁하는 PGA투어에서 카드를 유지하고 매년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일본은 50년 넘게 PGA투어를 공략했지만 일본인 선수가 이룬 우승은 총 10승밖에 안 됩니다. 골프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좋게 봐주시면 고맙겠어요.”
최근 동년배 필 미컬슨(51)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그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나는 이제 드라이버로 280야드밖에 못 보내는데 필 미컬슨은 350야드를 보낸다는 게 부러우면서도 그동안 혹독한 자기 훈련을 해온 것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할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최근 근력운동 강도를 높였어요.”
그는 “50대가 되니 확실히 체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 노안도 왔다”며 웃었다. 그래도 매일 공을 300개 이상 치며 샷을 다듬는다. “벙커샷으로 시작해 아이언, 드라이버, 칩, 퍼트를 매일 점검합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대에 꾸준히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롱런 비결을 “잘 먹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연습을 안 해도 공이 잘 맞는다’는 자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진출 초기에 미국 선수보다 공의 탄도가 낮은 점이 속상했다고 한다.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연습했지만 탄도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스윙을 바꾸면서 커트 탈락을 하는 일도 빈번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자 공이 뜨기 시작했다. “그간 연습한 것이 몸에 축적된 것이죠. 처음 몇 번 해보고 안 된다고 접어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최경주는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페덱스 랭킹 150위 안에 들어 앞으로도 계속 PGA 정규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 곧 우승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재단을 통해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는 것도 그의 큰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프로 골퍼를 꿈꾸는 꿈나무를 돕는 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라며 “20년 안에 PGA투어에 진출하는 재단 출신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최경주의 벙커샷 꿀팁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1년째 활동하며 통산 8승을 올린 한국 골프의 전설. 지금의 최경주(51)를 있게 한 대표적인 무기는 바로 명품 벙커샷이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도 부러워했을 정도로 그의 벙커 세이브 능력은 PGA투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최경주가 한국경제신문 독자를 위해 풀어낸 벙커샷 꿀팁의 핵심은 ‘벙커 위의 피자’다. 벙커에서 직접 모래에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머릿속으로 피자 한 조각을 그려보자. 목표 지점과 공을 연결해 직선을 그리고 여기에 오픈스탠스로 서는 사선을 긋는다. 역삼각형 모양의 피자 조각이 그려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윙 방향.
“오픈 스탠스로 서면 통상 자신의 스탠스에 맞춰 스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 벙커샷의 핵심은 스탠스라인이 아니라 타깃라인에 맞춰 스윙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골퍼의 몸 안쪽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스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이 직선으로 목표 지점에 갈 수 있어요.”
여기에 또 하나의 비법. 공을 퍼올리는 게 아니라 ‘때리는’ 스윙을 하라는 것이다. 최경주는 “통상 공을 떠올리는 듯 스윙하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법”이라며 “공 하나나 두 개 정도 뒤의 모래를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때리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날카로운 눈매, 그 안에서 뿜어내는 에너지…. ‘코리안 탱크’ 최경주(51)는 이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었다. 지난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1년 만에 귀국한 그를 만났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매년 투어 카드를 유지하며 통산 8승, 통산 상금 33위(3279만6806달러), 세계 랭킹 5위의 기록을 세웠다. 지금은 PGA투어와 시니어리그인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 임성재(23), 김시우(26), 이경훈(30) 등 많은 후배가 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이경훈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한 순간, 18번홀에서 그를 맞아주던 최경주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제가 살고 있는 댈러스에서 후배가 첫 우승을 노리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격려해 주고 싶어 달려갔어요. 제가 경기를 끝낼 때면 항상 아내와 아들이 맞아줬습니다. 다른 선수와 달리 친구가 없어서 내심 아쉬웠죠. 그래서 후배에게는 조금이라도 든든함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최경주는 PGA투어의 ‘큰 형님’이다. 연습장이나 클럽하우스에 10여 명의 후배들과 함께 있으면 동료들이 “KJ, 코리안 마피아냐”라고 조크를 건넨다고 한다. 그는 PGA투어에서 뛰는 후배를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금 젊은 후배들, 정말 잘합니다. 경기 운영 능력, 몸의 탄력, 쇼트게임, 퍼트,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세계 최고 선수가 모여 경쟁하는 PGA투어에서 카드를 유지하고 매년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일본은 50년 넘게 PGA투어를 공략했지만 일본인 선수가 이룬 우승은 총 10승밖에 안 됩니다. 골프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이 좋게 봐주시면 고맙겠어요.”
최근 동년배 필 미컬슨(51)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그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나는 이제 드라이버로 280야드밖에 못 보내는데 필 미컬슨은 350야드를 보낸다는 게 부러우면서도 그동안 혹독한 자기 훈련을 해온 것이 느껴졌습니다. ‘나도 할 데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최근 근력운동 강도를 높였어요.”
그는 “50대가 되니 확실히 체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 노안도 왔다”며 웃었다. 그래도 매일 공을 300개 이상 치며 샷을 다듬는다. “벙커샷으로 시작해 아이언, 드라이버, 칩, 퍼트를 매일 점검합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대에 꾸준히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롱런 비결을 “잘 먹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연습을 안 해도 공이 잘 맞는다’는 자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진출 초기에 미국 선수보다 공의 탄도가 낮은 점이 속상했다고 한다.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보며 열심히 연습했지만 탄도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스윙을 바꾸면서 커트 탈락을 하는 일도 빈번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자 공이 뜨기 시작했다. “그간 연습한 것이 몸에 축적된 것이죠. 처음 몇 번 해보고 안 된다고 접어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최경주는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고 말했다. 페덱스 랭킹 150위 안에 들어 앞으로도 계속 PGA 정규투어와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 곧 우승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경주재단을 통해 골프 꿈나무를 육성하는 것도 그의 큰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프로 골퍼를 꿈꾸는 꿈나무를 돕는 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라며 “20년 안에 PGA투어에 진출하는 재단 출신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경주의 벙커샷 꿀팁
"몸 안쪽서 바깥으로 스윙, 공 퍼올리지 말고 때려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1년째 활동하며 통산 8승을 올린 한국 골프의 전설. 지금의 최경주(51)를 있게 한 대표적인 무기는 바로 명품 벙커샷이다. 전성기 때 타이거 우즈도 부러워했을 정도로 그의 벙커 세이브 능력은 PGA투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최경주가 한국경제신문 독자를 위해 풀어낸 벙커샷 꿀팁의 핵심은 ‘벙커 위의 피자’다. 벙커에서 직접 모래에 선을 그을 수는 없지만 머릿속으로 피자 한 조각을 그려보자. 목표 지점과 공을 연결해 직선을 그리고 여기에 오픈스탠스로 서는 사선을 긋는다. 역삼각형 모양의 피자 조각이 그려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윙 방향.
“오픈 스탠스로 서면 통상 자신의 스탠스에 맞춰 스윙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 벙커샷의 핵심은 스탠스라인이 아니라 타깃라인에 맞춰 스윙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골퍼의 몸 안쪽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스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이 직선으로 목표 지점에 갈 수 있어요.”
여기에 또 하나의 비법. 공을 퍼올리는 게 아니라 ‘때리는’ 스윙을 하라는 것이다. 최경주는 “통상 공을 떠올리는 듯 스윙하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법”이라며 “공 하나나 두 개 정도 뒤의 모래를 자신감을 갖고 강하게 때리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