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지위 잃으면 역사 뺏겨
35년간 김치개발에 매진
28건 특허 보유·상품화만 175종
맵거나 짜지 않아 수출용으로 딱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처럼
글로벌 김치학교 세우는게 꿈"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치 자체는 등재되지 않았다. 17일 경기 부천에 있는 한성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우리 조상들은 1300년 전부터 수백 년에 걸쳐 김치를 연구개발해 완성했다”며 “정부가 나서서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불거진 중국 ‘파오차이’, 일본 ‘기무치’ 등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한 반박이다.
35년간 김치 개발…175종 상품화
김 대표는 국내 첫 김치 명인(농림축산식품부 2007년)이자 식품 명장(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2012년)이다. 1986년 한성식품 창업 후 35년간 김치에 빠져 살았다. 창업 당시 김치를 사먹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가정주부였던 김 대표는 고급 식당에서 맛 없는 김치를 먹은 뒤 창업을 결심했다. 김치라면 자신이 있었다. 김 대표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손맛이 뛰어났다. 김장하는 날이면 동네 이웃들이 김치를 얻기 위해 몰려들 정도였다.창업 초기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김치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전국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표준 맛을 찾기 위해 밤새워 연구했다. 특허를 받기 위해 네 살 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정부 기관을 찾아다녔다. 7년간 말단 공무원부터 국장까지 모두 만나 설득했다. “김치에 미친 여자”란 소리까지 들었다. ‘국내 첫 김치 명인’이란 타이틀도 이렇게 거머쥐었다.
김 대표는 총 28건의 특허를 따냈다. 전통적인 김치 외에 특허 김치 등 총 175종의 김치를 상품화했다. 미니롤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건블록 김치 등 고정관념을 깨는 수많은 김치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깻잎양배추말이김치는 깻잎, 양배추 등을 활용해 위 건강에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제품”이라며 “맵거나 짜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해외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김치학교 세우고 싶다”
김 대표는 창업 직후 고급 호텔부터 두드렸다. 외국인에게 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우연히 김치를 맛본 조직위원회 측의 요청으로 86아시안게임에 김치를 공급했다. 이후 88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엔 빠짐없이 그의 김치가 등장했다. 한성식품은 대만 호주 유럽 등 28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선 호텔뿐만 아니라 관공서, 대형병원, 학교 등에 김치를 공급한다. 최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연매출은 600억원 안팎이다.한성식품의 김치는 맵거나 짜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배즙, 무즙, 양파즙을 직접 갈아서 넣고, 젓갈과 찹쌀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며 “레시피를 철저하게 고수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꿈은 해외 유명 셰프들도 김치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오는 세계적인 김치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 같은 김치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