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간밤 종료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긴축이 시사된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17일 오전 9시 11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80포인트(0.70%) 내린 3255.88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8포인트 낮은 3276.20에 거래를 시작한 뒤 낙폭을 키웠다.
간밤 뉴욕증시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긴축 기조에 충격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65.66포인트(0.77%) 내린 3만4033.6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89포인트(0.54%) 하락한 4223.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3.17포인트(0.24%) 빠진 1민4039.68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종료된 뒤 나온 점도표(dot plot)에 나타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예상 시기가 2023년까지 두 차례로, 기존보다 앞당겨진 데 충격을 받았다. 지난 3월 정례회의에서는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데 FOMC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당장 내년부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FOMC 위원도 종전 4명에서 이날 7명으로 늘어났다.
연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이날 3.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월가에서도 이번 FOMC 결과를 놓고 ‘예상 밖’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연준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미 시중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적립하는 돈에 대해 주는 초과지준금리(IOER)는 기존 0.10%에서 0.15%로, 역레포 금리는 0%에서 0.05%로 각각 인상됐다. 이는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데 대한 혜택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통화 시장도 출렁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베이시스포인트(bp·0.01%) 오른 연 1.5690%에, 5년물 금리는 9.7bp 오른 0.8820%에, 3년물 금리는 6.6bp 오른 0.4080%에, 20년물 금리는 2.6bp 오른 2.1430%에 각각 마감됐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점도표 전망치는 가감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자,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 조정의 여파로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파우러 의장의 발언으로 후반에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FOMC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소화한 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실적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일 것”이라며 “2분기 ‘피크아웃(Peak Out)’ 우려를 어떻게 소화하는지에 따라 중기적인 시장의 색깔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주요 업종은 대체로 하락세다. 특히 미국 기술기업들에 반도체를 파는 산업인 전기·전자와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트렌드가 나타나면 피해를 보는 증권이 1% 넘게 빠지고 있다. 이외 의료정밀, 섬유·의복, 철강·금속, 건설업, 전기가스업, 유통업, 운송장비 등도 하락 중이다.
반면 비금속광물, 금리 인상의 수혜주인 은행과 보험, 경기 방어주인 통신업, 종이·목재 등은 상승하고 있다.
매매주체 별로는 개인이 1425억원 어치 주식을 사는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990억원 어치와 445억원 어치를 팔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830억원 매도 우위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화학과 LG생활건강만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SDI가 1% 넘게 빠지고 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2.64포인트(0.26%) 내린 995.85에 거래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도 개인이 순매수하고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에이치엘비가 3%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카카오게임즈, 알테오젠, 펄어비스 등은 1% 넘는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금리 인상 우려를 반영한 달러 강세 기조가 나타나며 전일 대비 12.70원(1.14%) 오른 1129.9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