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이 국내 법인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 성공 후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에 나선 만큼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쿠팡은 김 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장은 뉴욕 상장법인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며 글로벌 사세 확장에 집중할 방침.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11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 의장의 사임과 함께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사회 의장직은 강한승 대표가 맡기로 했다.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된 전 부사장은 현재 로켓배송 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구글, 우버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그룹에서 안전관리 분야를 담당한 유 부사장은 쿠팡 근로자 안전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기존 강한승·박대준 각자대표 체제에 새 이사들이 합류함에 따라 쿠팡 이사회의 부문별 전문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이사회. 사진=쿠팡
쿠팡 이사회. 사진=쿠팡
쿠팡은 이미 아시아 지역 '로켓 진출' 채비에 한창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했고, 일본에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현지 사업 확대와 추가 국가 진출을 위해 김 의장이 국내사업에서는 손을 뗀 것이라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법인 이사회에 속해 있다면 아무래도 대외활동 등 책임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해외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임을 고려해 쿠팡Inc 의장직만 맡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산업의 근간인 IT 업계에선 김 의장 행보는 그리 낯설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2017년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 후 이듬해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났고 이후 미등기임원인 GIO로 네이버의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이끌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