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준금리 인상 시사에 폭락한 금리…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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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예상대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전날 미 중앙은행(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소화하면서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오는 2023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FOMC에 대한 월가의 평가는 '매파적'(hawkish : 물가 안정 중시)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면 금리는 올라가고 높은 금리에 취약한 기술주의 주가는 떨어지는 게 정상적이었겠지요. 하지만 이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개장 전 발표된 전주(6월6~12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41만2000건으로 전주(37만5000건)보다 3만7000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7주 만에 처음 증가세를 보인 것이고 시장 예측도 35만9000건을 웃돈 결과입니다. 시장은 크게 반응하진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전날 언급했듯 지금은 고용시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9월께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0.04%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이후 계속 미끄러졌습니다. 오후 12시께 한 때 407포인트까지 급락했습니다. 결국 210.22포인트, 0.62%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04% 내림세로 시작했지만 계속 상승하더니 오후 12시께 1%가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0.87% 상승한 채 마감됐지요.
S&P500 지수는 그 사이에 끼어 보합권에서 움직이다 0.04% 떨어진 4221.8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기본적으로 4200선 안팎에서 두 달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날 이런 증시 움직임을 좌우한 건 국채 시장이었습니다. FOMC 결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국채 시장이니까요.
전날 연 1.580%를 기록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587%에서 출발한 뒤 지속해서 하락해 오후 12시를 넘어선 1.446%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7bp(1bp=0.01%포인트) 떨어진 1.509%에서 마감했습니다. Fed가 매파적이었다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이었습니다. Fed가 매파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오면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게 정상적이었겠지요. 특히 장기물인 30년물 수익률이 가장 많이 내리고(11.7bp 하락한 2.099%) 반면 2년, 5년물 등은 전날 수준을 유지하면서 5년-30년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작년 12월 이후로 가장 평평해졌습니다. 사실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진다는 건 불황이 온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몇 가지 요인이 지적됩니다.
① 강달러로 인해 인플레 압력 해소
매파적 FOMC는 달러 강세를 촉발했습니다. 돈을 거둔다는 신호니까요. 전날 1%가량 오른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도 0.7% 뛰어 91.915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두 달 만에 처음 92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은 하락을 촉발했습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는 통상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하락합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최근 원자재 투기 행위를 단속하고 전날 국가 비축량까지 방출하기로 한 데 다라 폭락세가 발생했습니다. 구리 -4.82%, 금 -4.68%, 은 6.68%, 옥수수 6.99%, 콩 -7.15%, 등 줄줄이 내렸습니다. 특히 콩은 이번 주에만 12% 떨어져 2014년 이후 최악의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재 가격도 이번 주에만 11% 급락하면서 4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그동안 꿋꿋이 급등해온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이날 1.11달러(1.5%) 하락한 배럴당 71.0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생산자물가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의 유발요인 중 하나가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었습니다. 이런 압력이 좀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이에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 일부는 그동안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데 베팅해왔다"라며 이런 움직임이 일부 되돌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되돌려진 인플레이션 트레이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유명 투자자 폴 튜더 존스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에 베팅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폴 튜더 존스는 지난 14일 "Fed가 6월 FOMC 회의에서도 고물가 위험을 무시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강하게 베팅하라는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라며 원자재, 가상화폐, 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었지요. 인플레가 치솟으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자산을 사는 겁니다. 채권 공매도도 그런 일환이지요.
그런데 Fed가 갑자기 매파적으로 변해 과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이자 이날 인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일부 되돌려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Fed는 물가보다 고용에 집중하겠다는 자세였지만, 어제 FOMC는 다시 물가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렇게 되면 인플레가 치솟을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고집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③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이날 금리는 낮아지고 원자재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특히 장기 경제전망을 반영하는 10년물, 30년물 금리가 뚝 떨어졌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불황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Fed가 경제전망(SEP)에서 예상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3.4%(개인소비지출 기준)에 달한다면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현재 총수요가 그리 강하지 않고 고용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생각보다 회복세가 빠르지 않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Fed가 고용이나 경기 회복보다 물가 챙기기로 방향을 틀어 금리를 올린다면 불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고용 회복이 느린 데 대해 "그동안 노년층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일을 계속 해왔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은퇴를 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온다"면서 "이들이 고용시장을 떠나면 인력 부족으로 임금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식료품 체인인 크로거는 올해 말까지 보너스 등을 포함해 시간당 임금을 21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정부의 부양책 수표 등도 바로 소비하지 않고 노년을 위해 쌓아둘 수 있습니다. 막대한 재정 부양책 수표를 뿌렸지만 강한 소비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에너지(-3.49%)와 금융(-2.94%), 소재(-2.20%), 산업주(-1.55%) 등 경기민감주들은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금융주의 경우 웰스파고은행이 6.10%, JP모간이 2.89%, 씨티가 3.64%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불황이 되면 기업 부도 등이 급증하기 때문에 금융주 주가가 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기술주와 경기방어주인 헬스케어(0.79%), 유틸리티(0.49%), 필수소비재(0.37%) 등은 상승했습니다. 이날 비관론자인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메시지를 준 건 시장에 긍정적"이라면서도 "2차대전 이후 모든 침체는 Fed가 너무 빨리 금리를 올려서 촉발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Fed는 매파적이 아니라 비둘기파적이었다"
시장 일부에서는 어제 Fed가 매파적이 아니라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소비자물가가 5%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인데도 아직도 구체적인 테이퍼링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걸 논의하는 회의"(파월 의장)에 불과했지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이에 대해 "어제 당장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했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⑤ 양적완화가 끝나면 금리가 떨어졌다
과거 세 차례 양적완화 때를 보면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시기에는 금리가 올라갔지만, 이를 끝내고 나면 (다음 양적완화 때까지) 금리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세 차례 모두 예외가 없었습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를 끝내는 단계입니다. 이를 보고 투자자들이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베팅을 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날 휴일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상원을 통과한 '텍사스의 노예해방일인 6월19일을 12번째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했습니다.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흔히 ‘준틴스’(Juneteenth)라 불리는 이날은 156년 전 미국 땅에 있던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입니다. 연방공휴일에는 은행, 증권거래소 등도 통상 폐장합니다.
그런데 이 휴일이 바로 이틀 뒤입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데다 이번 19일은 지수와 개별주식 옵션과 선물 만기일인 '쿼드러플 위칭데이' 입니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에 따르면 최근 AMC 사태 등으로 인덱스 옵션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밈주식의 개별주식 옵션을 판매한 기관투자자들이 델타(기초자산가격 변화에 대한 옵션의 민감도)를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하는데 이번에는 주식 현물을 사지 않고 지수 콜옵션을 매수한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잘못하면 그 유명한 ‘감마스퀴즈’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날도 AMC 주가는 10% 올랐습니다.
오는 19일은 휴장 예고가 없던 만큼 개장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날까지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폭스비지니스뉴스는 "Fed가 19일 휴일을 지킬지 18일에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Fed가 쉰다면 은행들도 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이 마켓메이커(시장조성자)인 뉴욕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개장 전 발표된 전주(6월6~12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41만2000건으로 전주(37만5000건)보다 3만7000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7주 만에 처음 증가세를 보인 것이고 시장 예측도 35만9000건을 웃돈 결과입니다. 시장은 크게 반응하진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전날 언급했듯 지금은 고용시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9월께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다우 지수는 전장보다 0.04%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이후 계속 미끄러졌습니다. 오후 12시께 한 때 407포인트까지 급락했습니다. 결국 210.22포인트, 0.62%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반면 나스닥은 0.04% 내림세로 시작했지만 계속 상승하더니 오후 12시께 1%가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0.87% 상승한 채 마감됐지요.
S&P500 지수는 그 사이에 끼어 보합권에서 움직이다 0.04% 떨어진 4221.8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기본적으로 4200선 안팎에서 두 달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날 이런 증시 움직임을 좌우한 건 국채 시장이었습니다. FOMC 결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국채 시장이니까요.
전날 연 1.580%를 기록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1.587%에서 출발한 뒤 지속해서 하락해 오후 12시를 넘어선 1.446%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7bp(1bp=0.01%포인트) 떨어진 1.509%에서 마감했습니다. Fed가 매파적이었다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이었습니다. Fed가 매파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오면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게 정상적이었겠지요. 특히 장기물인 30년물 수익률이 가장 많이 내리고(11.7bp 하락한 2.099%) 반면 2년, 5년물 등은 전날 수준을 유지하면서 5년-30년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작년 12월 이후로 가장 평평해졌습니다. 사실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진다는 건 불황이 온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몇 가지 요인이 지적됩니다.
① 강달러로 인해 인플레 압력 해소
매파적 FOMC는 달러 강세를 촉발했습니다. 돈을 거둔다는 신호니까요. 전날 1%가량 오른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도 0.7% 뛰어 91.915에 마감했습니다. 장중 두 달 만에 처음 92를 넘기도 했습니다. 이는 원자재 가격은 하락을 촉발했습니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는 통상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하락합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최근 원자재 투기 행위를 단속하고 전날 국가 비축량까지 방출하기로 한 데 다라 폭락세가 발생했습니다. 구리 -4.82%, 금 -4.68%, 은 6.68%, 옥수수 6.99%, 콩 -7.15%, 등 줄줄이 내렸습니다. 특히 콩은 이번 주에만 12% 떨어져 2014년 이후 최악의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재 가격도 이번 주에만 11% 급락하면서 4주 연속 내림세입니다. 그동안 꿋꿋이 급등해온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이날 1.11달러(1.5%) 하락한 배럴당 71.0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생산자물가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의 유발요인 중 하나가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었습니다. 이런 압력이 좀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이에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 일부는 그동안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데 베팅해왔다"라며 이런 움직임이 일부 되돌려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되돌려진 인플레이션 트레이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유명 투자자 폴 튜더 존스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에 베팅하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폴 튜더 존스는 지난 14일 "Fed가 6월 FOMC 회의에서도 고물가 위험을 무시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강하게 베팅하라는 청신호가 켜지는 것"이라며 원자재, 가상화폐, 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었지요. 인플레가 치솟으면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자산을 사는 겁니다. 채권 공매도도 그런 일환이지요.
그런데 Fed가 갑자기 매파적으로 변해 과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이자 이날 인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일부 되돌려졌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Fed는 물가보다 고용에 집중하겠다는 자세였지만, 어제 FOMC는 다시 물가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렇게 되면 인플레가 치솟을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고집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높고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③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이날 금리는 낮아지고 원자재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특히 장기 경제전망을 반영하는 10년물, 30년물 금리가 뚝 떨어졌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불황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Fed가 경제전망(SEP)에서 예상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이 3.4%(개인소비지출 기준)에 달한다면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현재 총수요가 그리 강하지 않고 고용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생각보다 회복세가 빠르지 않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Fed가 고용이나 경기 회복보다 물가 챙기기로 방향을 틀어 금리를 올린다면 불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고용 회복이 느린 데 대해 "그동안 노년층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일을 계속 해왔는데, 팬데믹을 계기로 은퇴를 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온다"면서 "이들이 고용시장을 떠나면 인력 부족으로 임금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식료품 체인인 크로거는 올해 말까지 보너스 등을 포함해 시간당 임금을 21달러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이들 베이비부머들은 정부의 부양책 수표 등도 바로 소비하지 않고 노년을 위해 쌓아둘 수 있습니다. 막대한 재정 부양책 수표를 뿌렸지만 강한 소비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에너지(-3.49%)와 금융(-2.94%), 소재(-2.20%), 산업주(-1.55%) 등 경기민감주들은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금융주의 경우 웰스파고은행이 6.10%, JP모간이 2.89%, 씨티가 3.64%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불황이 되면 기업 부도 등이 급증하기 때문에 금융주 주가가 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기술주와 경기방어주인 헬스케어(0.79%), 유틸리티(0.49%), 필수소비재(0.37%) 등은 상승했습니다. 이날 비관론자인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가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메시지를 준 건 시장에 긍정적"이라면서도 "2차대전 이후 모든 침체는 Fed가 너무 빨리 금리를 올려서 촉발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Fed는 매파적이 아니라 비둘기파적이었다"
시장 일부에서는 어제 Fed가 매파적이 아니라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소비자물가가 5%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인데도 아직도 구체적인 테이퍼링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냥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하는 걸 논의하는 회의"(파월 의장)에 불과했지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이에 대해 "어제 당장 테이퍼링 시작을 발표했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⑤ 양적완화가 끝나면 금리가 떨어졌다
과거 세 차례 양적완화 때를 보면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시기에는 금리가 올라갔지만, 이를 끝내고 나면 (다음 양적완화 때까지) 금리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세 차례 모두 예외가 없었습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를 끝내는 단계입니다. 이를 보고 투자자들이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베팅을 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날 휴일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상원을 통과한 '텍사스의 노예해방일인 6월19일을 12번째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했습니다.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흔히 ‘준틴스’(Juneteenth)라 불리는 이날은 156년 전 미국 땅에 있던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입니다. 연방공휴일에는 은행, 증권거래소 등도 통상 폐장합니다.
그런데 이 휴일이 바로 이틀 뒤입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데다 이번 19일은 지수와 개별주식 옵션과 선물 만기일인 '쿼드러플 위칭데이' 입니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에 따르면 최근 AMC 사태 등으로 인덱스 옵션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밈주식의 개별주식 옵션을 판매한 기관투자자들이 델타(기초자산가격 변화에 대한 옵션의 민감도)를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하는데 이번에는 주식 현물을 사지 않고 지수 콜옵션을 매수한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잘못하면 그 유명한 ‘감마스퀴즈’를 당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날도 AMC 주가는 10% 올랐습니다.
오는 19일은 휴장 예고가 없던 만큼 개장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날까지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폭스비지니스뉴스는 "Fed가 19일 휴일을 지킬지 18일에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Fed가 쉰다면 은행들도 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은행들이 마켓메이커(시장조성자)인 뉴욕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