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상반기 내놓기로 한 국내 표준 전기차 급속충전기 커넥터(DC콤보)의 어댑터를 돌연 하반기에 출시하겠다고 안내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를 크게 늘리면서도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DC콤보 충전 어댑터는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테슬라는 앞서 “충전 경험 향상을 위해 상반기 DC콤보 충전 어댑터를 출시하겠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전기차 급속충전기 커넥터는 DC콤보와 DC차데모로 나뉜다. DC콤보는 미국 유럽 등이 규정한 표준으로, 국가기술표준원도 2017년 12월 이 방식을 채택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코나 EV, 기아 EV6와 니로 EV 등 대부분이 DC콤보로 충전한다. DC차데모는 일본 표준으로, 2017년까지 국내에서도 써왔지만 지금은 찾기 쉽지 않다.

테슬라는 DC콤보도, DC차데모도 아닌 독자 충전 규격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차주들은 급속충전을 위해 전용 슈퍼차저를 찾아다니거나 어댑터를 별도 구입해야 한다. 슈퍼차저는 30여 곳에 불과하다. DC차데모 충전 어댑터는 출시됐지만, DC차데모 충전기가 DC콤보의 절반에도 못 미쳐 활용성이 낮다. 테슬라 차주들이 DC콤보 충전 어댑터를 애타게 기다린 이유다.

테슬라는 DC콤보 충전 어댑터 출시 연기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한 테슬라 소유주는 “그동안 충전 불편이 컸지만 DC콤보 어댑터 출시를 믿고 모델 Y를 구매했다”며 “대리점에서 갑자기 연말에나 어댑터가 나올 것이라고 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DC콤보 어댑터가 나와도 현대자동차그룹이 구축한 초고속 충전소 ‘E-pit(이피트)’에선 충전하지 못한다. 안전 때문이다. 테슬라가 독자 충전 규격을 고집하다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는 대신 DC차데모 어댑터 판매가를 종전 61만원에서 44만원으로 낮췄다. 이를 두고도 업계에선 DC차데모 어댑터 재고를 소진하고 DC콤보 어댑터를 내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