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서울 강남 고객센터 내 전광판. /김범준 기자
빗썸 서울 강남 고객센터 내 전광판. /김범준 기자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한 달여 만에 1000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거래소들의 상장폐지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500여 종 가운데 어느 암호화폐가 ‘기습 상폐’ 대상이 될 것인지 불안해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거래량 급감이나 해외 거래소 상장폐지 등 변수를 꾸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비트코인 시총만 한 달 새 320조원 증발

18일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1만493종)의 시가총액은 1788조1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2일 2883조3939억원 대비 1000조원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대장주인 비트코인에서만 320조원이 날아갔고 그 외 알트코인도 680조원 줄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잡코인 솎아내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달 초 10위권 거래소인 프로비트가 140여 종의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업비트와 코인빗, 빗썸 등이 잇따라 42종의 암호화폐 거래 중지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만 568종에 달한다. 올 들어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도 104종이나 된다.

“거래량 적으면 일단 투자 유보해야”

거래소들은 공통적으로 거래량 급감을 상장폐지 사유로 꼽는다. 이 같은 암호화폐는 가격이 떨어졌을 때 투자자들이 ‘손절’하기조차 쉽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세조종 세력의 개입으로 단시간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잡코인’일수록 자금세탁 리스크도 크다.

지난 4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하나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72종의 암호화폐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의 ‘살생부’에 오른 암호화폐는 단 하나도 없다.

최근 해외로 진출한 일부 국내 거래소들이 해당 국가에서 상장폐지한 암호화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비트 싱가포르 법인은 지난해 1~2월에만 130개의 암호화폐를 상장폐지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당시 한국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처럼 거래소 신고를 의무화하는 지불서비스법을 도입하면서다. 이번에 업비트에서 원화거래 중지·상장폐지가 예고된 30종 가운데 당시 싱가포르에서 퇴출된 암호화폐가 17종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싱가포르 법인은 국내보다 이용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거래량 부족으로 상장폐지된 암호화폐가 더 많았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상장폐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참고 자료로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개발사들의 ‘프로젝트 진척률’도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발사가 거래소 상장 시 제출한 암호화폐 개발 계획 및 일정 등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스캠(사기) 코인’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코딩 정보 사이트인 깃허브나 거래소 공시를 통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혹시 상장폐지되더라도 한 달간은 다른 거래소로 옮겨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부터는 등록 거래소만 원화거래가 가능하다. 등록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국내에선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만 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