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의료위탁기관이 잔여백신 관리…당국 감지 어려워"
잔여백신 접종 경쟁 심해지자…'지인 찬스' 논란 격화
"병원에 아는 사람 있으면 '노쇼 백신'(잔여백신)을 빨리 맞을 수 있대요. 부럽네요. 아는 사람도 없는 저는 예약 알림을 마냥 기다려도 놓치기 일쑤인데……."

충남에 사는 김모(46)씨는 의료기관 종사자인 지인을 둔 주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잔여백신을 우선 접종받는 사례를 여러 차례 접했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했다.

1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지인을 통해 잔여백신을 먼저 접종받는 경우가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인 찬스'로 노쇼백신을 맞았다"는 자랑 글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SNS에 예방접종 증명서 사진과 함께 "#백신접종 #지인찬스'등의 해시태그를 올리기도 했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지난주까지 위탁 의료기관에서 잔여백신 폐기를 줄이고자 예비명단을 준비했고, 폐기 백신 접종 대상자에 대한 별도 제한이 없어서 지인에게 접종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지금은 예비명단을 사용하지 않고 네이버·카카오 등을 통한 SNS 당일 예약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의료계와 협의해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폐기 백신 사용자를 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SNS 앱에 당일 예약 가능한 백신 물량을 입력하는 주체가 각 위탁 의료기관이라 병원 지인을 통한 접종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잔여백신이 생겼을 때 바로 SNS 앱을 통해 예약을 받지 않고 직원 가족 등에게 먼저 접종 의사를 묻는 일이 꽤 있다"며 "그래도 남으면 SNS 예약을 받는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얀센 백신을 접종받으러 지방의 한 의료기관을 찾은 A씨는 "아는 간호사 연락을 받고 찾아왔다"며 잔여백신을 접종받는 남성을 목격했다.

A씨는 관할 보건소에 이를 알렸으나 "이해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잔여백신 접종 경쟁 심해지자…'지인 찬스' 논란 격화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인 접종 등 문제로 온라인 예약 일원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해결 방법이 뚜렷하지 않다"며 "정부가 행정 부담을 일선 의료기관에 맡겨놓은 상태여서 당국이 문제를 감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 공정성' 논란까지 번질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인 찬스를 통한 백신 접종은 사회 전체적 신뢰를 깨뜨리고 적대감을 조장하는 불공정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시정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정익 팀장은 "미리 접종자를 특정한 상황에서 접종을 진행한다면 SNS 당일 예약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협의한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SNS 당일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할 백신인 경우 누구라도 급히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