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돌연 사퇴했다. 임명된 지 열흘 만이다. 갑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국민의힘 입당 문제와 관련된 메시지 혼선과 권위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대한 미숙한 대응 등이 이유가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은 20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후 이상록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지만, 이 전 대변인이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며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건강상 사유라고 밝혔지만, 이 전 대변인 사퇴 시점이 ‘메시지 혼선’ 직후인 점을 들어 최근 불거진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 입당과 관련해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네,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후 윤 전 총장은 직접 언론을 통해 “손해를 보더라도 천천히 결정하겠다”며 “정치 참여 선언 날짜도, 장소도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X파일 논란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보수진영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확보했다”며 “이런 의혹이 있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도덕성 논란이 보수진영에서 처음 제기되며 화제가 됐지만, 반대로 공보 채널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대변인의 권위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한 정치권의 부정적인 평가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동안 윤 전 총장의 메시지를 마치 ‘하사’하는 듯한 방식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며 “여러 논란을 의식해 자리를 내려놓은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