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유니슨HKR 공장에서 직원들이 플랜트용 신축이음관을 옮기고 있다.  민경진 기자
충남 천안 유니슨HKR 공장에서 직원들이 플랜트용 신축이음관을 옮기고 있다. 민경진 기자
신축이음관은 유체의 온도·압력 변화에 따른 배관의 수축·팽창을 흡수해 플랜트 배관을 보호하는 설비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극저온 및 고압에서 유체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시설에선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유니슨HKR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미쓰비시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업체에 수십 년간 LNG선 50척 이상 분량의 초저온 신축이음관을 공급했다. 주력 생산 품목은 화력·원자력 발전소 및 석유화학 플랜트 등에 쓰이는 배관지지물로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며 관련 시장 점유율이 25%인 국내 1위 업체다.

글로벌 LNG선 시장 선점

유니슨HKR은 1984년 설립된 산업용 플랜트·건설 기자재 제조업체로 국내 경관조명 1위 업체 누리플랜의 계열사다. 신축이음관을 비롯해 플랜트 구조물을 지지하며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 행거, 극저온 유체가 흐르는 배관의 온도 변화를 차단하는 콜드 서포트 등도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이다.

이 회사는 다음달 중국 후둥중화조선에 17만4000㎥급 대형 LNG 선박 여섯 척에 들어갈 초저온 신축이음관 공급을 시작한다. 영하 168도의 LNG를 운반하기에 적합한 제품으로 100% 국내 기술로 개발·생산되며 수주 규모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향후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QP)가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와 후둥조선소에 LNG 선박 100여 척 건조를 위한 사전 도크를 예약하는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슨HKR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대우조선 LNG선 12척, 삼성중공업 LNG선 7척에 들어가는 신축이음관도 공급하기로 했다.

잇따른 수주의 비결은 세계 최고 수준인 플랜트 배관지지물 제조 기술에 있었다. 유니슨HKR 관계자는 “통상 발주 회사의 선박 설계에 맞춰 제품을 설계·생산하는데, 후둥조선에선 처음부터 우리 제품의 규격에 맞춰 선박을 설계할 정도로 신축이음관 분야에서 세계적인 품질 표준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다각화로 시너지 극대화

유니슨HKR은 한때 실적 악화로 2011년 홍콩계 사모펀드(PEF)에 인수되기도 했다. 이후 2019년 누리플랜에 인수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누리플랜은 플랜트 기술력과 생산설비를 보유한 유니슨HKR을 대기환경사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투자를 지속했다. 누리플랜이 2017년 개발한 백연(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흰 연기) 저감장치가 대표적 대기환경사업 제품이다. 누리플랜과 유니슨HKR은 현재 국내외 40여 개 업체와 백연저감장치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슨HKR은 건물 기초에 고무와 금속 등을 쌓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면진 받침(LRB)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장(48.57㎞) 해상 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에 제진 장치를 공급한 데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시중은행 데이터센터 등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상우 누리플랜그룹 회장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두주자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2030년까지 그룹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