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전액배상…불량상품 판매에 경종"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펀드를 구매한 피해자들이 이달 초부터 피해액 전액을 돌려받게 됐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NH투자증권은 투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지 두 달여 만이다.

피해자 측을 대리한 김희준 법무법인 LKB파트너스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사진)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피해 사건에서 전액배상이 이뤄지게 된 첫 사례”라며 “피해액 대부분이 노후자금 및 퇴직금이었던 만큼 피해자들에게는 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금감원 분조위는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이 일반투자자 투자 금액 기준으로 약 3000억원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결정을 이끌어 낸 김 대표변호사와 서형석 변호사(32기)는 ‘착오에 의한 취소’라는 법리를 주장했다.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에 따르면 고객이 사전에 알았더라면 계약을 취소했을 만큼의 중대한 과실을 판매사 등이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판매사(NH투자증권)의 엉뚱한 설명으로 피해자들은 부실한 채권 등에 투자한 셈”이라며 “피해자에 따르면 ‘이 상품은 증권사 VIP에게만 특별히 판매하는 상품’이라며 적극적으로 판매를 권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측은 “우리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이 판매사에 속은 것처럼 NH투자증권 역시 옵티머스 측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결국 법리싸움 자체에서는 “다툴 부분이 있다”고 결론이 났다.

김 변호사는 “NH투자증권 측은 법리 자체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은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해 피해자들에게 전액배상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7월 중으로 배상이 완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이번에 전액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형사고소까지 고려했을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

관련 다툼이 정식 소송으로 넘어가기 전 분조위 단계에서 마무리된 것도 의미 있는 점으로 꼽힌다. 펀드 투자는 기본적으로 ‘자의’로 이뤄지는 행위이기 때문에 정식 재판에서 투자금을 전액 보상받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로선 분조위 단계에서 마무리 짓는 게 중요했다”며 “분쟁조정 신청서와 피해자 진술서를 정리하는 데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은 소비자보호 강화와 고객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법안이다. 김 변호사는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이 낮춰진 뒤 그간 사모펀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판매사가 안이하게 실적만 올릴 목적으로 불량상품을 판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