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은 개인 창업의 꽃이다. ‘월급쟁이’를 거부하는 청년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중장년들이 장시간 노동을 기꺼이 감수하며 음식점을 개업한다. 새로운 꿈에 도전한 이들에게 코로나19처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코로나 이겨낸 대박집…"음식에 맛·멋·스토리 담아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과 비씨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코로나19를 돌파한 ‘장사의 신(神)’ 100곳을 선정해 그들만의 생존법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의 최대 공통점은 기존 문법과 관행의 파괴였다. 반찬 가게와 뷔페를 겸업해 ‘한식 뷔페는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회기역의 ‘삼시세끼’, 배달에도 퍼지지 않는 면으로 노포(老鋪)의 변신을 꾀한 여의도 ‘정인면옥’, 한우를 활용한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으로 영국 런던 진출을 준비 중인 광화문의 ‘암소서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그래픽=신택수 기자

(1) 진심을 담은 공간

코로나19를 돌파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천착한 건 ‘공간’이다. 암소서울은 인테리어에만 10억원이 들었다. 비슷한 매장의 최소 두 배 규모다. 익선동의 ‘온천집’, 김포에 있는 ‘뱀부15-8’은 코로나19로 억눌린 여심(旅心)을 사로잡으며 코로나 와중에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2) 공부하지 않는 장사의 신은 없다

‘장사의 신’들이 들려준 비장의 무기는 ‘공부’다. 트렌드에서부터 식재료, 상권 분석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선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문래동 연탄갈비집 ‘갈빗’의 김희경 사장은 “좋은 고기를 찾기 위해 꼬박 1년을 돌아다녔다”며 “좋은 재료를 쓰되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마진(이익)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재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숯불닭갈비로 월 1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서울 목동의 ‘팔각도’ 조병욱 사장은 눌어붙지 않는 무쇠판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팔도의 닭갈비집을 탐방했다. “1년간 돌아다니며 먹은 닭갈비를 다 합치면 대형 닭농장을 차리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3) 음식과 서비스, 기본에 충실하라

음식을 다루는 자영업자들이 의외로 ‘기본’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광화문에서 암소서울을 운영하는 홍성철 ㈜오픈 대표는 “악평에도 귀 기울이는 오픈 마인드가 코로나 돌파의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홍 대표는 올해 런던에 한우를 중심에 둔 파인 다이닝 식당을 개점할 예정이다.

지중해식 샐러드 전문점 ‘칙피스’로 성공 방정식을 쓰고 있는 장정윤 사장은 “소비자가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 돈을 벌어간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브랜드 스토리 등의 총합이 가격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4) 음식점도 경영 ‘직원의 마음을 얻어라’

‘장사의 신’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경영 마인드’를 장착했다는 것이다. 직원 관리가 대표적이다. 팔각도의 조 사장은 “사람을 쓰다가 장사가 잘되면 늘리고, 안되면 줄이는 식의 반복이 최악”이라며 “직원을 줄이면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다시 뽑을 때 면접과 교육을 생각하면 기회비용이 더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수동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카페 ‘쎈느’의 김재관 사장도 “SNS 마케팅에 투자할 바에 직원들의 복지 개선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마케팅은 결국 손님들의 입을 통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신한카드사에서 지난해 성수동 내 재방문율 1위가 쎈느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50을 훌쩍 넘긴 나이에 ‘문래동 돈까스’를 창업한 손범수 사장은 “요리에 자신이 없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돈가스를 최상의 재료로 만들자고 생각했더니 진심이 통했다”고 했다. 비교우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분석한 셈이다.

(5)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노포의 변신을 제대로 보여준 정인면옥의 한승우 사장은 “손님과 기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래된 노포는 자기들이 해왔던 방식을 손님들에게 강요하는 면이 있는데 손님과 그렇게 기싸움하며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리를 치는 방식’으로 붇지 않게 냉면을 배달하고, 편육과 만두 반접시를 판매한 것도 이런 ‘혁신’의 결과물이다.

“일식을 팔지만 일식의 고정틀을 고집하는 업자가 아니기를 바랐다”는 서울 연남동 일식집 ‘미쁘동’의 김정훈 사장도 마찬가지다.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토마토 연어국수’나 육수에 말아먹는 회덮밥 등 전에 없는 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다.

취재지원 강민우 김나연 맹진규 박예린 윤현성 이서영 이혜인 임예은 임지우 장강호 한순천 권용훈 김민형 인턴기자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