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측정과 평가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서비스 제공을 담당해 왔던 정부와 국제기구,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1990년대는 우선 사회적 가치의 보편적인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어 2010년대부터는 사회적 가치 측정의 글로벌 목표가 보다 구체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SROI에서 DBL까지...다양한 방법론 활용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론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특정 방법론은 없는 상태다. 분석 목적 및 개발 취지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들이 활용되고 있다. 관련 기관이나 연구 등에서 다수의 방법론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 측정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는 않은 것이다.
현재 사용되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 중 가장 유명한 것은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다.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가치 평가와 관련해 기본적인 분석 틀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SROI는 기본적으로 비용-효익(cost-benefit analysis) 방법의 요소를 활용한다. 특정 행위의 효과를 화폐 단위로 평가하기 위해 관련 비용 및 효익을 계량화하고 비교한다. 구체적으로 효익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of benefits)에서 투자의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of investments)를 나누어 구한다. 이러한 SROI 방법은 주로 평가 및 예측을 위해 활용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글로벌 회계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주도로 개발된 TIMM(Total Impact Measurement & Management)이 있다. 기업의 사업 활동이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impact)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중시한다. TIMM 방법은 넓은 범위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치는 4대 분야(사회, 환경, 조세재정, 경제)의 영향을 분석한다.
사회적 영향(social impact)은 사업 활동이 건강, 교육, 지역공동체 결집 등에 미치는 사회적 결과(outcome)를 측정하며, 환경적 영향(environmental impact)은 대기, 토양 및 수질 오염 방출량 등과 이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다. 조세재정적 영향(tax impact)은 해당 기업이 납세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기여한 바를 측정한다. 경제적 영향(economic impact)은 사업 활동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경제 성장 및 고용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다.
또 다른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에서도 2014년 ‘트루 밸류(True Value)’ 방법론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방법은 기업이 창출한 외부효과(externalities)까지 모두 고려한 총체적 이익 개념을 적용한다. 기업이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외부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순현재가치로 내재화해 기업 순이익의 ‘참된(true)’ 가치를 산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트루 밸류 방법론에서 주요 외부효과를 평가하고 이를 내재화하기 위해서 법령 및 규정, 이해관계자 요소, 시장의 움직임 등을 검토한다.
환경오염, 원상 회복에 필요한 에코 코스트로 측정
SK 역시 국내에서는 선도적으로 2018년부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SK의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은 싱글 보텀 라인 개념이 경제적 가치만을 측정하는 것과 다르게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기업 활동에서 측정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한다. 이러한 측정을 통해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한 기준점을 설정하고 긍정적 영역은 확대하며, 부정적 영역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BL 방법론은 사회 문제 및 사회적 가치의 측정 대상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제시하는데 이는 다양한 부분에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닌다. DBL에서 사회적 가치는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창출되는 가치’로 정의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사회 성과의 총합으로 인식하고 있다.
DBL은 사회적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경영 활동의 실제적 결과를 측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결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할 경우 객관적인 기준값을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 분야는 발생된 환경 오염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으로 측정한다. 이는 환경 오염 물질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에코 코스트(eco-cost)에 환경 오염 물질의 양을 곱해 계산할 수있다. DBL은 고용 등 국민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사회 성과, 비즈니스를 통해 창출하는 사회 성과,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사회 성과로 이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측정하고 있다. 비교 가능한 글로벌 표준 만든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다. 각자가 다른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투입하는 ‘노력(input)’을 사회적 가치로 측정하기도 하고,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산출된 ‘결과’를 사회적 가치로 측정하는 등 그 범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통일된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현재 측정된 사회적 가치는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이 낮다.
이에 최근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측정 방법을 표준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SK는 이런 표준화 노력의 일환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 개발 협의회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 참여하고 있다.
VBA는 측정된 사회적 가치를 비교할 수 있도록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기준을 만들고자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협의회다.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세계 최대 종합화학 회사인 바스프(BASF), 스위스 제약 회사인 노바티스 등이 있으며, 아시아 기업으로는 최초로 SK가 참여하고 있다. PwC 등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들도 참여해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정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비재무적 기준을 정립하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적 가치 또는 ESG 측정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
정아름 사회적가치연구원 측정연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