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벌금형, 항소심서 뒤집힌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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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비방을 통한 신상공개는 공익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워"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 운영자에게 2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정계선)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는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의 필요성만 강조했을 뿐 허위인식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 결과가 뒤집힌 이유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강 대표를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의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하는 범죄사실을 의미한다.
이날 재판부는 "게시물이 공격적이고 원색적"이라며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일조했지만 비방을 통해 양육비를 지급받고자 하는 것임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법원은 신상공개 이익보다 피공개자에 대한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가 법적으로 규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강 대표는 사적 감정을 바탕으로 자의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이 경우 신상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신상공개로 문제가 된 남성의)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 된 지 오래돼 긴급하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재판을 마친 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노역장에 유치돼 일을 할 것이고 벌금은 한푼도 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신상공개 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2019년 6월 약 20년 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남성 A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는 A씨를 사이트에 공개하며 '파렴치한', '스키강사 출신' 등으로 표현했다. 이에 A씨는 공개된 정보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데다 신상 공개 등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강 대표를 고소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정계선)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는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의 필요성만 강조했을 뿐 허위인식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 결과가 뒤집힌 이유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강 대표를 기소했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주의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하는 범죄사실을 의미한다.
이날 재판부는 "게시물이 공격적이고 원색적"이라며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일조했지만 비방을 통해 양육비를 지급받고자 하는 것임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 법원은 신상공개 이익보다 피공개자에 대한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가 법적으로 규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강 대표는 사적 감정을 바탕으로 자의적인 판단을 내렸다"며 "이 경우 신상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신상공개로 문제가 된 남성의)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 된 지 오래돼 긴급하게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재판을 마친 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노역장에 유치돼 일을 할 것이고 벌금은 한푼도 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신상공개 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2019년 6월 약 20년 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남성 A씨에 대한 신상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는 A씨를 사이트에 공개하며 '파렴치한', '스키강사 출신' 등으로 표현했다. 이에 A씨는 공개된 정보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데다 신상 공개 등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강 대표를 고소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