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살에 트로트 가수로 뛰는 회장님
올해로 데뷔 2년차인 신인 트로트 가수 김명환 씨(사진). 칠십 살의 나이로 ‘두 번째 인생’이란 곡을 들고 작년에 늦깎이 데뷔를 했다. 그의 또 다른 직함은 국내 건축자재업계에서 알아주는 중견기업 덕신하우징을 이끄는 김명환 덕신하우징 회장. 국내 데크플레이트 업체 중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의 창업주다.

중견기업 회장님이 정장과 넥타이를 던지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김 회장은 “칠십 살이 넘어서도 도전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다”며 “가수 도전이 쉽지 않지만 진심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진지하게 가수 활동을 한다는 김 회장의 명함엔 ‘덕신하우징 회장’보다 ‘트로트 가수 김명환’이 더욱 크게 적혀 있다. 앨범 수록곡도 뒤편에 깨알같이 적었다. 가수 활동을 시작하며 평생 사보지 않은 화려한 옷도 십여 벌 마련했다. 지난달엔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김 회장은 “방송국에서는 회장님이 아닌 만큼 일일이 명함을 돌리며 홍보활동을 한다”며 “보컬 레슨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데뷔 전부터 주변에서 알아주는 ‘노래꾼’이었다. 어려서부터 노래가 취미였고, 회사 일이 고달플 때도 노래로 풀곤 했다. 가수 데뷔를 결심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해 창사 40주년을 맞아 기념 음반과 함께 준비한 공연이 코로나19로 계속 연기되자 아예 가수 데뷔를 마음먹은 것이다.

김 회장은 “처음엔 기념 앨범만 내려고 했지만 곡을 썩히기 아까워 주변의 권유로 가수 데뷔를 결심하게 됐다”며 “활동 수익금은 전액 장학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아직 히트곡이 없는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창업한 덕신하우징은 ‘맨땅’에서 시작한 회사다. 40여 년 전 서울 난지도에서 직원 3명과 함께 출발했다. 품질 경영을 고집하며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연매출이 1200억원이 넘는 강소기업이 됐다.

김 회장은 주요 투자 결정을 제외하곤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9년 설립한 ‘무봉 장학재단’의 장학사업과 가수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피땀 흘려 일군 기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김 회장은 “손을 떼고 안 떼고는 철학의 차이”라고 말한다.

“제가 손을 떼도 잘 굴러가는 회사를 만드는 게 경영철학입니다. 자식에게 상속도 안 하기로 결정했죠. 자식에게 물려주고픈 욕심은 누구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이기는 게 바로 철학입니다.”

김 회장의 다음 ‘꿈’은 공연할 기회가 부족한 가수들을 위해 무료 공연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는 “무명 가수들이 언제든지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