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의 도입이 도시 내 성폭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승차 공유가 밤에 대중교통을 타러 걸어가거나 길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줘 결과적으로 성범죄 위험을 낮춘다는 분석이다.

21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박지용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가 작성한 ‘승차 공유의 성폭행 억제 효과 및 우발적 상황 조사’ 논문이 최근 세계적인 학술 저널 '인포메이션 시스템 리서치'에 게재됐다. 연구는 방민석 미국 템플대 교수, 김준태 국립암센터 교수, 이병태 KAIST 교수가 같이 수행했다.

연구진은 2005~2017년 미국의 10만명 이상 도시 377개 도시를 대상으로, 우버 서비스 개시 이후 성폭행 범죄 발생 건수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우버의 진입이 도시 내 성폭행 사건을 6.3% 감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가 도입된 도시에서도 우버 픽업이 1% 늘면 성폭행 발생이 약 3% 줄었다. 이는 미국 뉴욕시의 성폭행 건수를 1년에 44~48건 줄이는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우버 도입으로 인한 성폭행 감소 효과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하고 택시가 적은 도시일수록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시민들의 교통 접근성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선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을 타기 위해 오랜 시간 걸어가거나 도로 위에 서 있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혼자 있는 여성 등은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도 안정적이고 시기 적절한 교통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승객이 성폭행의 대상이 될 위험을 줄여준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과거에 미국 보스턴, 호주 멜버른 등 일부 지역에서 우버 운전기사가 손님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승차 공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우버 도입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승차 공유는 성범죄 억제 효과가 더 크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다.

박 교수는 승차 공유가 운전 기사에도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차 공유는 IT 기술을 통해 운전자와 승객을 실시간으로 연결시켜준다"며 "이는 기사가 승객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여주고 결과적으로 운전자의 기대 수익을 증가시킨다"고 했다.

현재 우버는 물론 그랩·디디추싱 등의 승차 공유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돼 있다. 우버는 전세계 6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작년 4분기 전세계 승차 공유 서비스 이용자는 11억27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에선 우버를 비롯한 승차 공유 서비스가 불법이다. 택시 기사들이 승차 공유 서비스에 강력히 반발했고, 정치권이 이에 힘을 실어주면서 택시 면허 없는 운전자의 유상 운전은 불법으로 못 박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우버, 타다 등 업체들은 택시 회사와 가맹 계약을 맺고 택시 호출 서비스만 하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이병태 KAIST 교수는 "택시 호출 서비스 확대만으로는 승차 공유가 전면 도입됐을 때의 서비스 공급 확대와 이에 따른 순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 서비스를 거부한 데 따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