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기업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직원 60%가 출근하는 것으로 재택근무를 완화키로 했다. 나머지 20% 직원은 재택근무, 20%는 다른 지역 사무실에서 원격근무토록 방침을 정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속도가 가속화되면서 미국기업들은 코로나 이전의 출근 방식으로 조심스레 회귀하는 모습이다. 구글 뿐아니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테크기업들도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면서 근무형태를 완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대면 근무'가 더 효율적이라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도 오는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기업들의 재택근무 가이드도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미 세팅된 인프라를 활용해 재택근무로도 충분히 업무를 할 수 일부 IT기업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기업 발빠른 '출근 복귀'
"식당 갈수 있는데 사무실에는 왜 못나오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CEO가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재택중인 모든 직원들에게 "7월까지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대부분 전문직 일은 도제식이 필요하다"며 "줌(zoom)으로만 업무를 가르치고 경력을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출근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화상회의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찰스 샤프 웰스파고 CEO도 "원격근무는 금융권 업무와 맞지 않다"며 "동료들끼리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융사들과 달리 테크기업들은 조심스런 움직임이다. 곧바로 출근복귀 보다는 1주일 가운데 3일 출근·2일 재택 등의 '하이브리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애플은 9월부터 '월·화·목 출근' '수·금 재택'을 선택토록 했다. 아마존도 주3일 출근·2일 원격근무를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MS도 7월부터 재택·출근을 병행키로 했다. 페이스북은 원칙적으로는 재택근무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정기적으로 대면 회의를 하기로 했다.

유럽은행도 미국 금융사와는 다른 행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전체 직원의 3분의 2 수준인 4만8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과 회사 근무를 혼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방식의 근무 체계를 영구적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회사 내 업무 수행이 필수적이거나 지점 직원 등 특정 직군을 제외하곤 하이브리드 근무를 할 수 있다.
◆삼성·현대차 "아직 방침 없어" …LG는 재택비율 20%로 축소
미국 기업들의 근무형태 완화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방침을 내세운 기업은 없다.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서울·수도권은 당분간 6인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해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구체적인 근무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부는 재택, 일부는 출근을 하는 3교대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뚜렷한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무실별로 30~50%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부서원 절반이하만 출근토록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특별한 지침이 없다"고 했다.

SK는 각 계열사,부서별로 자율적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다. 특히 SK는 코로나 창궐에 앞서 서울 종로구 선린사옥을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면서 전직원 자율좌석제를 시행중이다. 직원들에게는 아이패드를 나눠줘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토록 업무환경을 마련했다. LG전자는 현재 사무직 40%가 재택근무중이다. 하지만, 오는 7월1일부터는 재택근무비중을 20%로 줄인다. 지난해 8월 재택근무를 도입한 이후 11개월만이다. 롯데지주는 주2일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아직까지는 뚜렷한 지침은 없다.

한 대기업 홍보팀 간부는 "아직까지는 뚜렷한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되도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어 빠르게 출근 복귀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인·직방…IT기업들은 '영구 재택근무제'선언
대기업과 달리 일부 IT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유지할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영구 재택근무제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전일 완전재택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날만 출근할 수도 있다. 영구 재택근무제는 라인플러스 등 국내 라인 계열사들에 우선 적용한 후 일본, 태국, 대만 등 8700여 명 라인의 글로벌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년 동안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다.

기존 오피스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직원 휴게 공간, 회의실 등을 더욱 늘리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또한 개인별 고정석으로 운영되던 오피스를 자율좌석제로 전환시킨다.

부동산 정보 기업 직방도 재택근무제를 지속한다고 발표했다. 직방은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를 자체 개발해 오프라인 사무실을 소프트웨어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직방 관계자는 “이달말 사무실 재계약이 있지만 연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실시여부는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재택근무로 글로벌 인재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가까운 지역에서만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면,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면 세계 어디서든 인재를 끌어모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채용이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