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최대 35조원에 이르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은 작년 대비 더 걷힌 초과 세수에서 나온다. 올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133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2조7000억원 늘었다. 남은 기간에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추경에 사용할 수 있는 초과 세수가 33조원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예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쓰지 않고 남은 세계잉여금 1조7000억원에 각 부처의 기금도 끌어오면 35조원 이상의 추경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에 집중

다만 추경 규모가 35조원에 이르더라도 각종 피해 지원 프로그램에 집행할 수 있는 돈은 크게 줄어든다. 우선 2조원 정도는 국채 상환에 사용된다. 나머지 33조원 중에서도 40%는 교부금 형태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에 내려보내게 된다. 이 같은 항목을 제하면 20조원 정도가 가용 예산이다. 하지만 가용예산은 당정의 필요에 따라 늘릴 수도 있다. 교육청에 대한 교부금 집행을 유예하고, 지자체 교부금 일부는 추경에서 지정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동원할 수 있어서다.
나랏빚 1000조 중 2조 갚고 '생색'…재난지원금 12조 웃돌 수도
민주당이 제시한 추경 예산의 주요 용처는 △재난지원금 지급 △신용카드 캐시백 시행 △소상공인 피해 지원 △코로나19 백신 확보 및 접종 등이 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지급액이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전체 지급 규모는 지난해 4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의 12조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추경 실제 집행금액의 절반 이상이 재난지원금 지급에 사용된다. 신용카드 캐시백에도 1조원이 집행되며 국민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성 지원 규모는 10조원대 중반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급 대상 놓고 당정 간 이견

민주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 같은 추경안을 확정해 7월 중순까지는 필요한 입법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지원은 8월, 재난지원금은 9월 초까지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9월 9일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다. 3분기 사용액을 집계해 지급되는 신용카드 캐시백은 10월 초 지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선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5조8800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24일 녹실회의를 통해 추경안을 확정하고 다음주까지는 추경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추경 규모와 용처에 대한 시각이 여당과 달라 조율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선 35조원의 추경 규모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추가 세수 전망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낙관적인 전망에 근거해 임의로 제시된 수치로 실제 추경 규모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견차를 보이는 부분은 추경 대상이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기재부는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차 추경은 소상공인 등 코로나 위기에 따른 취약계층과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3일 국회에서 열리는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도 선별지원에 대한 소신을 밝히며 여당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판 절충안 관심

전 국민 지급에 대한 여당 내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70%에 대해서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여기서 10원 더 버는 70.01%는 배제하자는 거냐”며 “세금 더 내는 고소득자를 차별하는 이중차별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정부와 여당 모두 다음주까지는 추경과 관련한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인 만큼 빠르게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별지원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지급 대상을 70%에서 80~90%로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한발씩 물러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한쪽으로 쏠려서 가기보다 기술적인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