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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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적인 계산 오류로 공공기관들에 대한 경영평가가 발표 닷새만에 무더기로 수정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공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공공기관은 2020년 경영평가와 관련해 새로운 점수를 기재부로부터 부여 받았다. 정부는 지난 18일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31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를 심의·의결했다.

평가대상 공공기관 중 상당수에서 경영평가 점수 산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공공기관 관계자는 "각 평가항목의 점수를 바탕으로 총점을 내는 과정에서 가중치 부여를 잘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수의 성격으로 볼 때 대다수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점수를 잘못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이상하게 여긴 일부 공공기관들이 21일부터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 확인 작업에 나선 끝에 평가결과를 수정하게 됐다. B공공기관 관계자는 "오류를 바로 잡으면 평가 점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평가등급도 한단계 정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점수 산정 오류로 평가등급이 뒤바뀐 사례는 없었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미흡(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은 21개로 지난해 17개에서 늘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면서 전체 평가에서 윤리경영 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높인데 따른 결과다. LH는 이번 평가에서 D등급으로 지난해 대비 3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 광물자원공사가 ‘양호(B)’등급에서 ‘아주 미흡(E)’등급으로 떨어진 이후 8년 만이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LH의 평가등급을 무리하게 낮추는 과정에서 계산 오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재부는 경영평가 등급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D등급 이하를 받은 기관들은 내년 경상경비가 0.5~1%포인트 삭감된다. 공공기관 경영과 직원 사기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점수 산정 오류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