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90·사진)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신탁관리인 자리에서 물러난다. 버핏은 게이츠재단을 포함한 다섯 개 재단에 41억달러(약 4조6600억원)를 추가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23일 내놓은 성명을 통해 “오늘까지 자산의 절반을 기부했다”며 “오늘은 내 삶에 중요한 이정표(milestone)”라고 말했다. 2006년 6월 버핏은 수년에 걸쳐 재산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벅셔해서웨이 주식 47만4998주를 갖고 있던 버핏은 이를 다섯 개 재단에 수년간 기부해 지금은 당시의 절반인 23만8624주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보유 자산 가치가 약 1000억달러에 이르는 버핏은 지금까지 다섯 개 재단에 410억달러 규모의 벅셔해셔웨이 주식을 기부했다. 여기에 더해 이날 41억달러를 더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기부 여정의 중간에 도달한 그는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신탁관리인에서 사임하겠다고 했다. 버핏이 기부를 약속한 재단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던 곳이다. 그의 사임 소식은 지난달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가 이혼을 선언하면서 게이츠재단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시기에 나온 것이다. 버핏의 사임으로 재단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버핏은 “마크 수즈먼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뛰어난 사람”이라며 “재단의 목표와 내 목표는 100%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성명에서 게이츠 부부의 이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금까지 410억달러를 기부하면서 1000달러당 40센트의 세금 절감 효과를 봤다는 버핏은 “더 많은 기부를 위해 세금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