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전 세계에서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 수가 520만 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백만장자 수는 561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20만 명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성인 인구 대비 1.1% 비율이다. 백만장자가 성인 인구의 1%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새롭게 백만장자가 된 사람의 약 3분의 1은 미국인이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전체 인구의 8%가량이 백만장자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작년에 백만장자가 증가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등이 활기를 띠며 부유층의 자산 가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가계가 축적한 부는 총 418조3000억달러(약 54경5300조원)로 추산됐다. 1년 전에 비해 7.4%(약 28조7000억달러) 증가했다. 금융자본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가진 개인들의 재산은 2000년 이후 거의 4배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들이 전 세계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약 35%에서 2020년 46%로 늘었다.

반면 전체 성인의 55%에 해당하는 약 29억 명의 사람들은 순자산 1만달러 미만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사태에 부유층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작년 전 세계적인 가계 자산 증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완전히 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사태는 글로벌 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쳤으나 지난해 6월 말부터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