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덕회계법인, 대표 선거 앞두고 '내홍' [마켓인사이트]
국내 5위 회계법인인 삼덕회계법인의 대표이사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를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덕회계법인은 올해 초 월성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과소평가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최근 교보생명 주식 가치평가 과정에서 소속 회계사를 검찰이 기소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 내부에선 오는 25일 사원총회에서 예정된 대표이사 선거를 둘러싼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현직 이용모 대표이사 연임을 반대하는 쪽에선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은 점과 홈페이지에 선거 공보물 게시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3년 임기의 새 대표이사 선거에는 이용모 대표를 상대로 이기영 품질관리실장, 2012년까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김명철 회계사, 감사15B부 박철용 회계사 등이 도전장을 던졌다.

연임 반대측은 부산과 광주 등의 사무소 직원들이 서울까지 오기 힘든 상황에서 위임투표만 가능하게 한 현행 선거제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삼덕회계법인 대표 경선 투표권자는 600여명으로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투표를 해야한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사원은 위임투표를 해야한다. 한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 찬반도 아니고 선거를 위임 형식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개 투표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덕회계법인은 지난 4월 운영위원회에서 과거 수년간 현행 투표제가 문제 없었고, 전자투표 에 관한 규정이 정관에 없으며 상법에도 전자투표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전자투표제를 이사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용모 대표이사는 선거 공보물을 통해 "전자투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법률적 검토와 도입 범위, 전자투표시스템이 신뢰성 등 세부사항에 대한 제 검토를 거쳐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대측에선 노골적인 편파 선거관리라고 일축하며, 최근 잇따른 사태에 대해 대표이사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사태를 조직화된 4대 회계법인과 달리 독립된 본부·팀의 수평적 연합인 로컬 법인으로서 어쩔수 없다고 넘겨선 안된다"며 "조직 관리를 강화하고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업무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감사인 지정제도에 따라 받은 기업감사 일감을 각 팀에 분배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프라 미비 등으로 지정받은 기업들이 등을 돌려 눈앞에서 일감을 놓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개선이 팔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23일(04: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