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G7 국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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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 대접 받았다"는 정부 여당
외교 성과로 포장해도 안 먹혀
방역과 경제 회복력 호평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국민·과학자·기업인 덕분
정부·정치 달라져야 G7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외교 성과로 포장해도 안 먹혀
방역과 경제 회복력 호평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국민·과학자·기업인 덕분
정부·정치 달라져야 G7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199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10년 안에 과학기술을 주요 7개국(G7) 수준으로 올리겠다.” 1990년 1월 10일 노태우 정부에서 나온 선언이다. G7 타깃은 과학기술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범부처 국책사업 ‘G7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소련 붕괴, 냉전체제 종식으로 군사력 대결이 경제력 경쟁으로 급속히 이동하자 선진국은 후발국의 기술추격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산업을 치고 들어가던 한국으로선 난감한 상황이었다.
당시 과학기술 수준이 미국의 9.8%, 일본의 12%, 프랑스의 38.1%로 평가받던 한국이 G7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밖으로 전해졌다. 굳이 선진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프로젝트 명칭이 ‘선도기술개발사업(Highly Advanced National Project)’으로 바뀌었지만,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HAN(한) 프로젝트는 ‘기술의 한(恨)을 풀어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때부터 한국의 비교대상국은 오로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였다.
G7 프로젝트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10년 동안 이어졌다. 국책사업과 기술혁신 간 인과 관계 논란이 있지만, 이 기간 한국 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괄목할 성과를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박근혜 정부의 ‘미래성장동력’도 크게 보면 G7 프로젝트 연장선상이었다.
정부 여당은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G8 국가로 대접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성과라고 주장한다. 밖에서 호평받은 게 방역과 경제 회복력이라면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회복력을 뒷받침한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다. 투자와 성과 사이의 시차만 감안해도 그렇다. 정부가 “공(功)은 우리가 잘해서, 과(過)는 앞선 정부 탓”이라고 하는 게 버릇이 됐지만, 공은 여러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결과가 때마침 나타난 것이고, 과는 현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인 경우가 많다. 2005년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누르고 정권을 잡은 기민기사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후 독일 경제가 살아나자 “슈뢰더 개혁 덕분”이라고 한 장면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G7 국가로 진입하려면 공과 과에 대한 평가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정치·정부가 기본일 것이다.
정부 여당이 외면하는 것은 또 있다. 기업은 기술력으로 이미 G7 깊숙이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미래 투자인 연구개발비는 좋은 지표다. 2018년 기업 연구개발비(구매력 기준)에서 한국은 미국·일본·독일 다음으로 달리고 있다. 여차하면 독일까지 넘어설 형국이다. 기업 연구원 수에서는 독일을 앞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연구개발비로 치면 한국은 G7 국가를 제친 지 오래다. 2019년 글로벌 연구개발투자 상위 1000대 기업에서 G7 중 한국(24개)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정도였다.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G1·G2·G3로 불리는 한국 기업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다툰다지만 한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미·중과 겨루는 G3로 가겠다는 기세다.
이런 한국 기업을 여전히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며 통제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게 정부 여당이다. “악조건에서도 한국 기업이 선전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에 대한 기대를 일찍 접고 각자도생의 길을 개척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경제·경영학자가 많다. 미·중 충돌도 기업이 홀로 헤쳐나갈 것이란 쪽에 한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경제·경영학자 누구라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증분석을 해주면 좋겠다. 정부·정치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개인과 기업의 뛰어난 홀로서기 역량이 정부로 인한, 정치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만이라도 제거할 경우 얼마나 치솟을지 그게 궁금해서다. 5년마다 정책총서를 발표해온 한국공학한림원은 2022년 출범할 새 정부에 ‘G5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누가 아는가. 다음 정부가 G5, 아니 G3로 치고 나올지.
당시 과학기술 수준이 미국의 9.8%, 일본의 12%, 프랑스의 38.1%로 평가받던 한국이 G7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밖으로 전해졌다. 굳이 선진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프로젝트 명칭이 ‘선도기술개발사업(Highly Advanced National Project)’으로 바뀌었지만,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HAN(한) 프로젝트는 ‘기술의 한(恨)을 풀어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때부터 한국의 비교대상국은 오로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였다.
G7 프로젝트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10년 동안 이어졌다. 국책사업과 기술혁신 간 인과 관계 논란이 있지만, 이 기간 한국 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괄목할 성과를 쏟아냈다. 노무현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박근혜 정부의 ‘미래성장동력’도 크게 보면 G7 프로젝트 연장선상이었다.
정부 여당은 G7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G8 국가로 대접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성과라고 주장한다. 밖에서 호평받은 게 방역과 경제 회복력이라면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회복력을 뒷받침한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나올 수 없다. 투자와 성과 사이의 시차만 감안해도 그렇다. 정부가 “공(功)은 우리가 잘해서, 과(過)는 앞선 정부 탓”이라고 하는 게 버릇이 됐지만, 공은 여러 정부를 거치며 축적된 결과가 때마침 나타난 것이고, 과는 현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인 경우가 많다. 2005년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누르고 정권을 잡은 기민기사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후 독일 경제가 살아나자 “슈뢰더 개혁 덕분”이라고 한 장면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G7 국가로 진입하려면 공과 과에 대한 평가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정치·정부가 기본일 것이다.
정부 여당이 외면하는 것은 또 있다. 기업은 기술력으로 이미 G7 깊숙이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미래 투자인 연구개발비는 좋은 지표다. 2018년 기업 연구개발비(구매력 기준)에서 한국은 미국·일본·독일 다음으로 달리고 있다. 여차하면 독일까지 넘어설 형국이다. 기업 연구원 수에서는 독일을 앞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연구개발비로 치면 한국은 G7 국가를 제친 지 오래다. 2019년 글로벌 연구개발투자 상위 1000대 기업에서 G7 중 한국(24개)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정도였다. 기술력과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 G1·G2·G3로 불리는 한국 기업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다툰다지만 한국 AI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미·중과 겨루는 G3로 가겠다는 기세다.
이런 한국 기업을 여전히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며 통제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게 정부 여당이다. “악조건에서도 한국 기업이 선전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에 대한 기대를 일찍 접고 각자도생의 길을 개척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말하는 경제·경영학자가 많다. 미·중 충돌도 기업이 홀로 헤쳐나갈 것이란 쪽에 한 표를 던진다는 것이다.
경제·경영학자 누구라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증분석을 해주면 좋겠다. 정부·정치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개인과 기업의 뛰어난 홀로서기 역량이 정부로 인한, 정치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만이라도 제거할 경우 얼마나 치솟을지 그게 궁금해서다. 5년마다 정책총서를 발표해온 한국공학한림원은 2022년 출범할 새 정부에 ‘G5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이라고 한다. 누가 아는가. 다음 정부가 G5, 아니 G3로 치고 나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