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중간값 1년새 24% 급등
고가 주택도 거래 3배 늘어
獨·佛 등 유럽도 '미친 집값'
"자산가격 더 뛸 가능성 높아"
일각선 "이미 정점 찍었다"
미국에서 주택 중위 가격이 1년 전보다 2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통화당국의 ‘돈 풀기’ 부작용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
22일(현지시간)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5월 거래된 기존 주택의 중간값은 35만300달러(약 4억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6% 오른 수치다. 가격 상승률은 1999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주택 거래량은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거래 건수는 전달 대비 0.9% 줄어든 580만 건(연 환산 기준)에 그쳤다.집값이 전례 없이 고공행진하는 건 적극적인 통화 팽창 정책으로 모기지론 금리가 역대 최저(연 3% 안팎) 수준으로 떨어진 게 가장 큰 배경으로 지적됐다. 또 미 중앙은행(Fed)은 작년 6월부터 매달 400억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주택시장을 활성화해왔다.
공급 절벽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NAR에 따르면 지난달 매물로 나온 기존 주택은 123만 채로 작년 동기보다 20.6%나 줄었다. 매물은 시장에 나온 지 평균 17일 만에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짧은 기간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적정 가격의 재고가 부족하다 보니 신규 수요가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1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이 지난 1년 동안 세 배 이상 거래된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NAR 용역을 받은 로젠컨설팅은 “최근 20년간의 신규 주택 공급량이 과거 평균치에 비해서도 550만 채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1인 가구용 주택이 200만 채, 2~4인용이 110만 채, 5인용 이상이 240만 채 부족하기 때문에 합리적 가격의 물량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주택시장도 달아올라
유럽 주택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기존 주택 가격은 작년 동기에 비해 12.9% 뛰었다. 2001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률이다. 네덜란드의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12.1% 감소했다.경제 규모가 큰 국가의 집값 상승률이 더 높았다. 작년 4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5.8% 상승했는데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가 전체 상승의 75%를 차지했다는 게 유럽중앙은행(ECB)의 설명이다.
각국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란 점에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 이날 주택임대회사인 홈파트너스오브아메리카를 6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2012년 설립된 홈파트너스는 미 전역에 1만7000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블랙스톤의 이 회사 인수는 주택시장이 상당 기간 호조를 보일 것이란 내부 판단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경제 예측 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느슨한 통화정책 때문에 자산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거래 건수가 줄었다는 것은 집값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