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바뀌는 투자 공식 [마켓인사이트]
대체투자시장의 '선호도 1위' 자산인 물류센터 투자 공식이 바뀌고 있다.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물류센터라면 무조건 매입하던 매입 경쟁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류센터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이 더 강조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화재로 물류센터의 운영 수익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한번 나면 관련 보험료가 훌쩍 뛰기 때문이다. 국내 물류센터 화재는 꾸준히 발생하며 지난 2~3년간 보험료가 2배 이상 늘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험료는 매년 집행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급증하게 되고, 건물 상태에 따라 보험 가입이 불허될 수 있다"면서 "현재 5%대 초반인 투자수익률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타격은 화재에 대비하고 임차인에 맞춰 지어진 최신 건물보단 구축 물류센터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입지가 좋으면 구축과 신축에 상관없이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화재 대비하는 최신 설비,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 스프링쿨러 등의 유무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축과 구축의 가격이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데 그동안 물류센터 매입 열풍 때문에 비슷한 가격이 책정됐던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물류센터 설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과열된 가격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쿠팡을 비롯해 신세계·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물류센터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어 물류센터 수요와 투자 선호도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상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류센터의 대체재가 따로 있지 않아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면서 "영업이 안돼 투자자가 임대료를 못 받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 선호도도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기적으로는 물류센터 운영에 전문성을 갖춘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투자시장이 개편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화재 관련 건설기준과 인허가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물류리츠에서 수익률 뿐 아니라 시설물의 안정성 등 ESG 준수도 중요한 투자기준이 될 것"이라며 "물류센터 공급 과잉 리스크는 점차 완화되고, 물류센터 전문 디벨로퍼 중심으로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23일(04: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