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뒤지는 지자체…체납자들 벌벌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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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청·구청 거래소 몰려가
거래소마다 압류공문 160건
버티던 체납자들 "세금 내겠다"
거래소마다 압류공문 160건
버티던 체납자들 "세금 내겠다"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의 컴플라이언스(준법) 담당 직원 A씨는 “요즘 온갖 시·도·군·구청에서 밀려드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다른 일을 못 볼 정도”라며 진땀을 흘렸다. 공문 내용은 다 똑같다. “세금 체납자들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압류할 테니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두 달 전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지방세 고액 체납자의 암호화폐를 압류했는데, 이것이 전국 지자체에 ‘모범 사례’로 전파되며 생긴 일이다. 독하게 버티던 체납자들이 “세금 낼 테니 코인은 돌려달라”고 항복하는 사례가 많았다. 밀린 세금을 거두는 데 골머리를 앓아온 공무원들로선 ‘유레카’를 외칠 일이다.
발단은 서울시가 지난 4월 말 체납자 676명의 암호화폐 251억원어치를 찾아내 압류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드래곤베인, 스텔라루멘 등 이름조차 생소한 코인도 많았다. 거래가 막히자 이 중 118명이 체납세금 12억60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중소 거래소 14곳에도 공문을 보내 추가 압류를 마쳤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다른 지자체에서 쏟아져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전시, 울산시, 전라남도 등 광역 지자체는 물론 서울 중랑구와 노원구, 대전 중구와 유성구 등 기초 지자체들도 같은 조치에 나섰다. 이달 21일에는 경기도가 1만2613명이 보유한 암호화폐 530억원어치를 압류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임을 강조했다. 의사, 건물주, 학원강사, 쇼호스트 등이 줄줄이 꼬리를 잡혔다.
현재 암호화폐거래소들은 회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체납자 신원을 대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 등 명단을 건네면 거래소가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 정보가 100% 일치하지 않아 실패하기도 한다.
압류가 이뤄지면 체납자의 암호화폐는 지갑에 꽁꽁 묶인다. 시세가 급변해도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지자체들은 끝까지 버티는 체납자의 코인은 거래소에서 시가로 팔아치울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암호화폐거래소에 금융회사 수준의 감시·보고 의무가 생긴 만큼 코인은 더 이상 재산 은닉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자체마다 실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탓에 체납자들이 암호화폐를 해외거래소 등의 ‘안전지대’로 빼돌릴 기회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시장 ‘구조조정 바람’이 거센 가운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위장·차명계좌를 쓰는 거래소·수탁업자·지갑업자를 파악 중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유행처럼 번진 ‘체납자 코인 압류’
24일 업계에 따르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최근 두 달 동안 전국 지자체에서 받은 압류 관련 공문은 160건을 넘어섰다. 거래소 관계자는 “관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서도 요청이 쏟아져 준법팀이 업무 폭주 상태”라고 했다.발단은 서울시가 지난 4월 말 체납자 676명의 암호화폐 251억원어치를 찾아내 압류했다고 발표하면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 드래곤베인, 스텔라루멘 등 이름조차 생소한 코인도 많았다. 거래가 막히자 이 중 118명이 체납세금 12억6000만원을 자진 납부했다. 이병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장은 “중소 거래소 14곳에도 공문을 보내 추가 압류를 마쳤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다른 지자체에서 쏟아져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대전시, 울산시, 전라남도 등 광역 지자체는 물론 서울 중랑구와 노원구, 대전 중구와 유성구 등 기초 지자체들도 같은 조치에 나섰다. 이달 21일에는 경기도가 1만2613명이 보유한 암호화폐 530억원어치를 압류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임을 강조했다. 의사, 건물주, 학원강사, 쇼호스트 등이 줄줄이 꼬리를 잡혔다.
어떻게 찾아내나? 법적 근거는?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나 ‘투자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가상자산’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본다. 대법원은 2018년 “암호화폐는 몰수 가능한 무형재산”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과세·수사당국이 손을 대진 못했다. 올 3월 25일 가상자산 개념을 규정한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면서 움직임이 달라졌다. 특금법 시행 첫날, 수원지방검찰청은 음란물 운영자에게서 몰수해둔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현금화해 122억원을 국고에 귀속시켰다. 국세청은 4월 국세 체납자의 암호화폐를 처음으로 강제 처분했고, 행정안전부는 지방세 체납자의 암호화폐 압류와 관련한 공문을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관세청은 지난달 빗썸 자금세탁방지센터 직원을 강사로 불러 ‘코인 특강’을 들었다.현재 암호화폐거래소들은 회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체납자 신원을 대조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지자체가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 등 명단을 건네면 거래소가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 정보가 100% 일치하지 않아 실패하기도 한다.
압류가 이뤄지면 체납자의 암호화폐는 지갑에 꽁꽁 묶인다. 시세가 급변해도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지자체들은 끝까지 버티는 체납자의 코인은 거래소에서 시가로 팔아치울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암호화폐거래소에 금융회사 수준의 감시·보고 의무가 생긴 만큼 코인은 더 이상 재산 은닉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뒷감당은 누가…” 거래소의 고민
암호화폐 업계는 “당국이 법적 근거를 갖고 요청하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여러 로펌에 자문한 결과 ‘회원 코인을 임의로 처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요청이 중구난방으로 오는데,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면 좋겠다”고 했다.일각에선 지자체마다 실적 홍보에 열을 올리는 탓에 체납자들이 암호화폐를 해외거래소 등의 ‘안전지대’로 빼돌릴 기회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시장 ‘구조조정 바람’이 거센 가운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위장·차명계좌를 쓰는 거래소·수탁업자·지갑업자를 파악 중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